[청소년 책-시인 동주] 식민지 시대 청년 윤동주 삶과 문학을 불러내다

입력 2015-03-13 02:49
안소영(48) 작가는 역사 속 인물의 청소년기에 주목하는 정감 있는 글쓰기로 유명하다. ‘책만 보는 바보’에서 조선 후기 서얼 출신 학자 이덕무를, ‘갑신년의 세 친구’에서는 개화기의 주역 홍영식, 박영효, 김옥균의 삶을 현재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가 이번에는 시인 윤동주(1917∼1945)를 불러냈다.

전작들이 청소년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르는 힘은 치밀한 고증과 시적 상상력이 서로 삼투하는데서 온다. 작가는 서둘러 상상력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풍부한 자료 수집과 치밀한 해석으로 역사적 인물에 현실감의 뼈대를 세운다. 시인이 생전에 썼던 북간도 사투리, 노트에 그은 빗금 같은 사소한 사실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런 덕분에 ‘별 헤는 밤’ 등 학교 교육에서 달달 외어야 했던 ‘교과서 시인’ 윤동주는 시공을 건너뛰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인 동주’가 청소년 소설로서 갖는 또 다른 힘은 우정을 다루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윤동주 한 명이 아니다. 윤동주의 고종사촌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경성과 일본 유학생활까지 함께 했던 송몽규를 비롯해 소학교 친구 문익환, 연희 전문 후배 정병욱 등이 등장해 일상을 공유하고 시대의 불안을 함께 헤쳐 나간다. 같이 수업하고, 경성 거리를 산책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식민지 시대 청년들이라고 해서 오늘날의 청춘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 일상의 치열함 때문에 시인 윤동주의 고결한 정신은 더욱 빛나 보인다.

“동주는 결심했다. 잘못된 전쟁을 지지하고, 동포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하는 것이 문학의 길이라면, 가지 않으리라.”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