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비정부기구(NGO)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 자발적으로 감시하고 지적하고 저항하고 타협하지 않는 것. 그런데 오늘날 시민단체들의 모습은 어떨까. 세계자연기금(WWF)이 세계에서 알루미늄과 유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코카콜라와, 수잔 코멘 유방암재단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패스트푸드 판매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은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이른바 저항운동이 ‘비즈니스’가 됐다는 것, 저자는 ‘운동의 기업화’를 주장한다.
“비정부기구의 구조는 갈수록 기업과 닮은꼴이 되어간다. 재정 확충 능력을 증대하기 위해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에 나서고 프로그램을 키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201쪽)
이처럼 NGO들의 행동은 점차 무뎌지고 있다. 기업 투자를 받아 캠페인을 벌이고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론스타로부터 금품을 받아 구속됐고, 다른 시민단체는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마케팅업체를 동원한 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했단다. 불편한 진실 위에 책은 세계의 비정부기구들이 어떤 방향성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신랄하게 평가한다. 또 ‘운동의 기업화’가 세계 정치 변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종을 울린다. 황성원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비즈니스가 된 시민단체 저항운동
입력 2015-03-13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