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업계가 복합할부 상품 존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지 1년이 지났다. 현재로선 카드사의 완패다. 대부분 카드사들은 현대차와 복합할부 상품 취급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복합할부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삼성카드의 가맹점 계약도 19일로 만료된다. 업계는 삼성카드의 협상 결과가 사실상 이 상품의 존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합할부 상품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신용카드로 사면 제휴를 맺은 캐피털사가 카드사에 돈을 갚아주고 소비자는 캐피털사에 할부금을 갚는 형태를 갖고 있다. 자동차회사는 이 과정에서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1.9%)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카드사, 캐피털사는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고객은 캐시백과 금리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득이 된다. 2010년 9000억원이었던 복합할부금융 이용액은 2013년 4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말 바꾸기’ 하다 발 뺀 당국=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은 복합할부가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유발한다며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소 캐피털 6개사(JB우리·아주·KB·메리츠·BS·하나캐피탈)는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자동차업계와 카드·캐피털업계 줄다리기의 시작이다. 당국은 6월 ‘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복합할부)의 적정성 검토 및 개선 방안’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입장을 취합한 뒤 복합할부 상품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현대차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0.7%)를 주장하고 나섰다. 당국은 ‘체크카드 수수료율’(1.3∼1.5%)을 기준선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가맹점 계약 만료일이 돌아와 카드사들이 본격 협상에 나선 이후에는 발을 뺐다.
가장 먼저 계약 만료가 돌아온 KB국민카드는 11월 수수료율 1.5%로 계약을 유지했다. 이어 협상에 나선 BC·신한카드는 현대차가 요구하는 1.3%를 받아들이지 못해 복합할부 취급을 중단했다. 국민을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1.3%로 계약돼 있다. 삼성도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면 사실상 복합할부를 취급하는 곳은 국민카드만 남을 전망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상품의 필요성을 인정해 승인을 해줬으면 당국이 상품을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하든지 아니면 폐지로 가닥을 잡아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소비자에게 도움되나=최근 기아차에 이어 현대차도 캐피털 할부금리를 평균 1% 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000만원당 약 15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내세우자 금리인하로 맞선 것으로 풀이된다.
복합할부를 이용할 경우 캐시백(0.2%)과 금리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던 카드사들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마지막 보루였던 ‘고객의 이익’이란 논리도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합할부가 있어 금리인하를 이끌어냈다며 복합할부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한 것이 좋다”며 “복합할부가 좋지 않은 상품이면 시장에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이슈분석-존폐 공방 1년… 향후 전망] 말 많은 ‘복합할부금융’ 없어지나
입력 2015-03-1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