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취업준비생이던 A씨는 불과 한 달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는 올 초 한 기업의 입사시험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였다. 혹시나 면접시간에 늦을까봐 확실하게 깨워준다는 알람 애플리케이션 ‘알람몬’으로 시간을 맞춰놓고 잠들었다. 알람몬은 기존 알람기능에 캐릭터 게임을 더한 스마트폰 앱이다. 알람시간이 되면 캐릭터가 화면에 나와 게임을 제안한다. 게임 미션을 통과해야만 알람이 꺼지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알람소리도 최대로 설정했다.
하지만 철석같이 믿었던 앱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면접 당일 알람이 울리지 않아 면접시험을 보지 못했고 취업의 문은 쾅 닫혀 버렸다. A씨는 분하고 억울해 알람몬 제조사인 ‘말랑 스튜디오’에 불만사항을 이메일로 보냈다. “당신들 때문에 내 인생 망했다. 석 달 만에 서류 통과하고 드디어 면접이었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다. 내 속이 도저히 풀릴 거 같지 않다.”
피해가 심각하다는 생각에 말랑 스튜디오 측은 메일을 보내 직접 연락을 시도했다. A씨는 “백수라서 전화 빨리 받으니 미리 전화하고 오라”고 답해줬다. 당시엔 이 답변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상상도 못했다.
지난달 14일 말랑 스튜디오 사람들이 A씨를 찾아갔다. 사과와 함께 A씨 스마트폰 앱의 이상 여부를 체크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사흘 뒤 다시 A씨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엔 말랑 스튜디오 마케팅팀장이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당신 얘기를 들었다. ‘헝그리 정신’이 있어 보인다”며 입사를 제의했다. 마침 마케팅부서에서 일할 직원을 찾고 있던 참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A씨에게서 잠재력과 창의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1일부터 말랑 스튜디오 마케팅·CS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말랑 스튜디오 페이스북에 “다짜고짜 찾아와 나한테 패기가 있다며 같이 일하자고 함… 이 페이지(회사 페이스북) 이제부터 제가 관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라고 썼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취업준비생의 ‘새옹지마’… “알람앱 안울려 면접 지각해 탈락” 버럭 항의
입력 2015-03-1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