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의 동물적 본능] 그 많던 유기동물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5-03-12 03:01
지난 7일 충남의 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강아지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관리가 엉망인 인근 사설 보호소를 보다 못해 한 자원봉사자가 직접 차린 보호소다. 전국적으로 매년 9만마리 이상 동물이 버려진다.
분명 ‘순동이’였다. 한 지방 도시에 사는 A씨는 며칠 전 산책 때 잃어버린 반려견 순동이 사진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www.animal.go.kr)의 유기동물 공고에서 발견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순동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유기동물보호소에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다. 공고가 올라온 지 닷새가 채 되지도 않았는데 보호소에서는 “안락사됐다”고 했다.

현행법상 순동이의 죽음은 불법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유기동물을 접수한 보호기관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일주일간 공고를 내야 한다. 그래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공고 종료 나흘째부터 안락사시킬 수 있다. 보호소 측은 11일 “수용 가능한 마릿수에 비해 너무 많은 유기동물이 들어오다 보니 실수할 때가 있다”고 해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편의와 이익을 위한 꼼수”라고 반발한다. 현재 전국에는 서울 42곳, 부산 14곳, 대구 24곳 등 361곳의 유기동물 보호기관이 있다. 이 중 25곳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사설 보호소나 민간 동물병원이다.

지자체들은 이런 보호기관에 하루 평균 마리당 1만1400원의 보호 지원금을 준다. 유기동물 관리는 전적으로 해당 기관에 맡긴다. 이렇다보니 일부 보호기관이 유기동물로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지원금만 챙기고 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않거나 공고 기한이 끝나기도 전 성급하게 안락사시키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주장한다.

2012년 말 충남의 한 사설보호기관에서는 유기동물 수십 마리가 굶거나 얼어 죽은 사건이 있었다. 배설물로 범벅이 된 채였다. 이 보호소 관리자는 동물들을 난방도 되지 않는 철장에 몰아넣고 전혀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을 보다 못한 자원봉사자가 인근에 새 동물보호소를 차려 해당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다시 맺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9만7197마리 중 2만2204마리가 보호기관에서 죽었다. 상당수 유기동물이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로 보호기관에 들어온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열악한 보호소 환경을 견디다 못해 죽는 경우도 많다.

공고에 올라오는 유기동물 수와 보호소에 접수되는 유기동물 수에 매년 차이가 생기다보니 일부 보호기관에서 유기동물을 ‘개고기용’으로 빼돌린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2013년 각 지자체에 접수된 유기동물 9만7197마리 중 공고에 올라온 건 8만1840마리뿐이다. 1만5357마리는 행방이 묘연하다. 보호기관들은 “관리해야 할 동물이 너무 많아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비윤리적인 사례가 주기적으로 발생해 의심의 눈초리는 쉬이 거둬지지 않는다. 2011년에는 경북의 한 동물보호기관 냉동고에서 절단된 개 사체가 대거 발견됐다. 먹은 흔적은 물론이고 정육점용 육류 절단기까지 나왔다. 당시 “개가 자꾸 없어진다”는 소문에 동물보호단체가 이 보호기관을 급습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곳 관계자들은 수년간 유기동물을 거둬 직접 먹거나 주민들에게 팔았다.

보호기관들은 “우리도 고충이 있다”고 항변한다. 보호기관을 운영 중인 충남의 한 수의사는 “보호비용과 안락사 비용이 시의 지원금으로 충당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진료를 하다가도 신고 받으면 포획을 나가야 하고, 아픈 동물들은 사비를 들여 치료도 한다. 원해서 안락사시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유기동물 관리는 지자체 소관이라 간섭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