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불공정 거래 등 대기업 부정부패 일벌백계”

입력 2015-03-12 03:01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재벌 및 대기업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악용한 비리를 대상으로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6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사회지도층 비리 대응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박 지검장은 대기업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엄한 처벌’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고발요청권’ 제도 등을 활용해 불공정거래 관행 척결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박 지검장은 사회지도층 비리를 ‘민관유착이나 기업회계 비리 등으로 서민경제에 피해를 주고 범죄이익을 챙기는 형태’로 규정했다. 기업 내부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 및 주식거래, 기업 지배주주나 내부자의 회사재산 빼돌리기 등을 대표적이라고 지목했다.

박 지검장은 동양그룹 사태와 STX그룹 사태를 사례로 제시했다. 두 사건에서 경영진은 그룹 지배권 유지 등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하거나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 등에게 돌아갔다. 박 지검장은 회의에서 “법률가로서 냉정하게 판단하되 국민 법감정도 고려해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른바 ‘갑의 횡포’에 대한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남양유업와 국순당 사건을 꼽았다. 갑의 위치에 있는 본사가 대리점에 재고물품 처리를 강제로 떠넘기는 ‘밀어내기식’ 불공정거래 관행이 경제를 해치는 구조적 부정부패 중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같은 사회·경제적 우월 지위 악용에도 엄정 대응하라고 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검사장은 11일 “대기업이나 재벌들이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벌이는 불공정거래 관행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초점이 불공정거래 관행에 맞춰진 만큼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의 역할 강화가 급부상했다. 그동안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련 고발이 들어오면 움직이는 ‘수동적 수사’를 해왔다. 공소시효가 임박해 고발되는 사건이 많아 공정위가 넘긴 사건을 수사해 기소하기도 벅찬 형편이었다.

박 지검장은 2013년 만들어진 고발요청권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발요청권은 검찰이 특정 사건에 대한 고발권을 행사하도록 공정위에 요청하는 제도다. 고발요청을 받은 공정위는 반드시 해당 사건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검찰은 아직까지 한 차례도 고발요청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박 지검장은 “중대한 불공정거래 사건일 경우 이런 권한을 적극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이 불공정거래 수사에 더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향후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