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달러 줬다 VS 6000달러 받았다… 은행-고객 실랑이 경찰 골머리

“싱가포르달러로 환전해주세요.”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은행 지점에서 이모(51)씨가 직원 정모(38)씨에게 500만원을 건네며 환전을 요구했다. 정씨는 봉투에 약 6000싱가포르달러와 거스름돈을 담아줬고, 이씨는 이를 받아 가방에 넣은 뒤 은행 문을 나섰다.

4시간 뒤 이 지점은 발칵 뒤집혔다. 정산을 하는데 5만4000싱가포르달러(4800여만원)가 부족했다. 부족한 액수로 미뤄 정씨가 이씨에게 100싱가포르달러 지폐 60장을 주려다 실수로 1000싱가포르달러 지폐 60장을 건넨 것으로 판단됐다.

은행 측은 이씨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차액을 돌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봉투에 6만 싱가포르달러가 들었다는 건 금시초문”이라며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둔 봉투를 잃어버려 경찰에 분실신고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은행 측은 횡령 혐의로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 측은 “이씨가 돈을 받고 봉투 안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씨는 “억지를 쓰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이씨가 봉투 분실신고를 한 시점은 은행 측 전화를 받고 난 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11일 “이씨가 봉투에 6만 싱가포르달러가 들어 있었음을 알았는지가 핵심”이라며 “알았다면 횡령 혐의가 성립하지만 아니라면 은행이 민사소송 등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점 안팎 CCTV를 분석 중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