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비축유 추가 매입 규모를 역대 최저 수준인 22만 배럴로 결정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시기를 활용해 싼값에 비축유를 구입해야 하지만 구입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비축유 21만9000배럴을 추가 구입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최근 관보에 고시했다. 10년 전인 2005년(860만 배럴)과 비교하면 고작 2.5% 수준이고 지난해(27만2000배럴)보다도 5만3000배럴 정도 줄었다. 이 수치에는 한국석유공사가 도입하는 물량은 포함되지 않는다.
비축유는 비상상황으로 석유 수급에 차질이 생겨 유가가 치솟는 경우 등에 대비하기 위해 평상시 석유를 수입해 저장해두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걸프전 발발로 석유시장에 비상상황이 발생하자 1990년 비축유를 방출했고,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가 발생했던 2005년에도 비축유를 풀어 국내 시장의 수급을 조절했던 경험이 있다.
올해 비축유 구입을 줄인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관련 예산이 비축기지 건설이나 유지보수에 많이 쓰이다 보니 예산이 넉넉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는 이미 비축유가 어느 정도 쌓여 있기 때문에 당장 많은 양을 추가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9174만 배럴가량의 비축유를 확보한 상태다. 2025년까지 목표치인 1억716만 배럴까지는 1542만 배럴 부족하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 하락이 본격화되자 이를 활용해 비축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도 저유가 시기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비축유를 꾸준히 쌓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지난해 원유 도입량은 전년 대비 9.5% 늘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저유가 시기에 비축유를 확보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국제유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저유가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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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찬스’에도 올 비축유 계획량 역대 최저… 10년전 비해 2.5% 수준
입력 2015-03-1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