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그리스인은 편견… 독일인보다 장시간 일해

입력 2015-03-12 03:01

오랜 재정난으로 유럽연합(EU) 등에 연일 손을 벌리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주변국들의 시선은 매우 차갑다. 심지어 독일 일간지 빌트는 최근 “탐욕스러운 그리스인들에게 더 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하지 말자”는 취지의 캠페인에 돌입했다. 안데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도 “다른 국가의 납세자들이 40대에 은퇴하는 그리스인들에게 돈을 줄 이유가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런 비판은 그리스 사람들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과연 사실일까. 영국 B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조금 색다른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EU에 따르면 그리스 사람들이 첫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는 2012년 기준 평균 57.8세다. 스웨덴(63.6세) 독일(61.1세)에 비하면 빠르지만 스웨덴 재무장관의 발언처럼 40대는 아니다.

그리스인들이 게으르다는 인식도 오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주당 평균 42시간을 일한다. 이는 EU 평균인 37.2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것은 물론 근면한 국민이라고 알려진 독일(35.3시간)보다도 높다. 그런데도 그리스가 국내총생산(GDP)의 175%나 되는 막대한 부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BBC는 그리스 경제가 자영업 비율이 높아 근로시간 대비 효율이 낮으며, 관광업, 농업 등에 편중된 산업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중산층과 자영업자 사이에 만연해 있는 ‘탈세’ 관행을 이유로 들었다. 그리스에서는 상점에서 신용카드를 잘 받지 않으며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곳도 많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