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의 섬 제주도가 대한민국 전기자동차의 수도로 거듭나고 있다.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2015)’가 열리고 있는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전기차 판매회사들의 부스에는 11일 전기차 구입을 신청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준석(32)씨는 “디젤 SUV를 몰았는데, 하루 차량 운행거리가 30∼40㎞ 정도”라며 “유지비 등 여러 조건을 따져봤을 때 전기차로 바꾸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펜션 사업을 하는 30대 중국인 2명도 전기차 구입을 신청할 정도로 제주에는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에 보급된 전기차는 공공용 184대를 포함해 852대로, 전국 전기차의 28% 수준이다. 제주도는 올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민간용 전기차 1488대를 포함해 2081대의 전기차를 대량 보급키로 하고, 주민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보급이 완료되면 전국 전기차의 절반 정도가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셈이다. 전기차 구입 시 지원도 파격적이다. 승용차는 정부보조금 1500만원에 제주도 보조금 700만원을 더해 2200만원이 지급되며, 600만원 상당의 충전기와 400만원의 세제 혜택도 별도로 받는다. 4000만∼5000만원인 전기차를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는 셈이다. 파격적인 지원
월 5만원 안팎의 저렴한 유지비(전기료) 덕분에 지난해 전기차 도민 공모 경쟁률은 10대 1이 넘었고, 올해 경쟁률은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동서로 73㎞, 남북으로 41㎞다. 제주시청에서 서귀포시청 제1청사까지 38.1㎞에 불과하다. 해안도로를 이용하면 220㎞, 일주도로는 180㎞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주행거리와 충전소 등 인프라 시설 부족이다. 전기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130㎞ 안팎인데, 제주에서는 큰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제주특별자치도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속충전기 79개를 포함해 전기차 충전기 1016개가 제주 곳곳에 설치돼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내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도는 휴대전화 이동기지국을 설치하듯이 충전소를 촘촘히 건설할 수 있고, 주행거리 한계도 문제되지 않는다”며 “2017년까지 충전소를 40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SM3 Z.E를 판매하는 르노삼성 관계자는 “제주도민들은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며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있어 갈수록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기차 열풍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지난해 전기차 이용 도민 2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기차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53㎞로 일반 자동차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전기차 만족도도 평균 4.08점(5점 만점)으로 긍정적이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제주도 운행 자동차 38만여대 대부분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카본 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 2030’ 비전을 최근 발표했고, 장·단기 세부계획을 5월쯤 밝힐 예정이다.
지난 6일 시작돼 15일까지 열리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는 개장 5일 만에 4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기아차 BMW 닛산 한국지엠 등은 물론 중국 자동차업체인 BYD 위나 상하이자동차 중퉁자동차 등 4개사도 전기자동차를 전시하고 있다.
제주=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기획] 전기車 ‘열풍’에 휩싸인 제주도… 작년 852대 보급 전국 28%
입력 2015-03-1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