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사상 최고] 일본의 6배… 경제규모 감안하면 15배나

입력 2015-03-12 03:01 수정 2015-03-12 09:04
지난해에만 근로자 29만3000여명이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았다. 이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까지 감안하면 임금체불 피해자는 100만명에 육박한다. 오랜 불황에다 고용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겹치면서 어지간한 도시 인구가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와 임금체불 규모를 비교해볼 국가는 많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체불임금 통계를 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OECD 최상위권일 것으로 본다. 단국대 법대 하갑래 교수는 11일 “일본은 2011년 근로자 5만여명에게 2000억원대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 체불임금은 단순 비교하면 일본의 6배이고, 양국 경제 규모까지 고려하면 15배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임금체불이 많은 이유는 수출 지향적이고 대기업 중심인 산업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산업 생태계에서 중소기업은 자체 시장이 거의 없다.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을 받고, 하청 업체는 이를 다시 더 작은 기업에 재하청을 준다. 대기업에서 납품단가를 낮추거나 대금 지급을 늦추면 이 ‘먹이사슬’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인건비 감축 압력이 커진다. 이런 구조가 일상적인 임금체불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하 교수는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임금체불에 3년 이하 징역이란 철퇴를 마련해놨지만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난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체불임금을 정부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체당금 제도가 도산 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급이 일반적인 서구에선 임금이 밀리면 곧바로 새 직장을 구하고 법적 조치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우리는 주로 월급제여서 대응 속도가 느리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정원도 1200명 정도로 이런 체불을 면밀히 감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하 교수는 “인력 확충이 어렵다면 공급이 넘치는 변호사와 노무사를 적극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사업자가 ‘재수 없어 걸렸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홍영 교수는 “사업주가 임금체불로 부당하게 이득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고의·상습 체불에 대해 법원이 체불금만큼 부가금을 더해 지급토록 하는 제재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가 200만명이나 된다. 이들 모두 법률상 임금체불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 현안 중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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