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시집, 장가 보내고 부부 둘만 남아 반평생을 더 살아야 하는 100세 장수시대. 잘 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돈 건강 일 친구….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가정을 꾸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100세까지 복되게 살려면 뭔가 의미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가정사역단체 진새골 사랑의집(이사장 주수일 장로)에서 해마다 여는 ‘업그레이드 부부학교’ 출신 남편들을 지난 3일 인터뷰했다. 아내와 함께 100세 장수시대를 준비하는 이들 세 커플 이야기가 도움을 줄 것 같다.
◇위기의 부부 AS 전담하는 ‘봉사자’=진새골온누리교회 강형태(59) 안수집사는 늘 불평, 불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 부모 세대 모습을 그대로 따라 살다보니 결혼하고 몇 년 뒤부터 아내와 다툼이 잦았다. 원망과 불평이 차곡차곡 쌓이자 결국엔 작은 일에도 폭발했다. 자녀들에게 본이 되지 않는 모습에 강 집사는 갈등했다.
2009년 9월 아내 황영미(56) 집사의 강권에 못이겨 업그레이드 부부학교 501기로 입학했다. “제 자신을 돌아보니 아내가 보였고, 아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아내를 공감하게 됐습니다.”
특히 비전을 공유하게 됐다. 부부학교 출신들로 이뤄진 ‘홈빌더’ 리더로 섬기며 위기의 가정을 돕는 일이다. “부부들이 깨달았으면 실행하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되기까지 힘들어요.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조언하고, 때론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와 함께 억지로 추억만들기 여행도 떠나요. 토요일마다 그런 부부들을 찾아 나서요. 그렇게라도 해서 끝까지 행복하고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 부부의 비전입니다.” 100세를 준비하는 데 꼭 함께해야 할 동역자는 아내요, 남편이다. 서로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듣는 귀를 강조하는 ‘소통자’=종교감리교회 김성철(53) 고희경(48) 권사 부부는 소통의 부재로 참 힘들었다. 김 권사는 “아내와 나는 서로 당신 없으면 못산다던 닭살 커플이었다”며 “그런데 살면서 얼마나 갈등이 심했는지, 유명하다는 가정상담소는 다 찾아가봤다. 상담 비용만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512기로 입학하고서야 김 권사는 깨달았다. “제가 들어주는 것을 못했더라고요. 아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눈도 보지 않고 귀담아 듣지 않았어요. 회피만 하고….” 그간 닫혔던 남편의 귀가 열리자 부부 사이에 가로막혔던 벽이 허물어졌다. 업그레이드 부부학교 스태프로 활동하며 김 권사는 남편들에게 강조한다. “부부는 소통해야 합니다. 감정을 드러내놓고 솔직하게 대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해가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부부는 감정표현에 더 충실해야 한다. 소통하는 부부가 장수한다.
◇의미있게 달란트를 사용하는 ‘사명자’=지승우(49·베다니교회) 권사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편이었다. 엄격했지만 돈 잘 벌고 안정되게 가정을 꾸리면 성공한 삶이라 여겼다. 교회 가정사역팀에서 봉사하던 아내 오애란(45) 집사가 5년 전부터 부부학교에 가자고 애원했다. 더 이상 뿌리칠 수 없어 2013년 9월 510기로 입학했다.
“다양한 부부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 그동안 잘못 살았구나’를 생각했지요. 성경적인 가정제도의 원리를 이해하고 남편의 역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무엇보다 그간 평범하게 여겼던 아내의 존재가 달라보였습니다. 저에게 씌워졌던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특히 ‘욱’ 하는 성격도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성공 추구의 삶에서 의미 추구의 삶으로 변화된 건 이들 부부에게 큰 축복이었다. “그간 나, 우리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주변의 친인척과 남을 위한 삶으로 생각을 넓혔더니 잊고 있었던 달란트를 찾게 됐습니다.” 지 권사는 진새골가정문화연구원장 박호근 목사를 도와 하프타임 강사로 섬기고 있다.
‘513기 업그레이드 부부학교’가 오는 21일 경기도 광주시 진새골 사랑의집에서 개강한다. 4월18일까지 매주 토요일 참석자들은 부부관계 회복뿐 아니라 인생의 후반전을 함께 설계하고 준비한다(02-444-5882).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100세 시대, 이 부부들이 행복하게 사는 법… ‘업그레이드 부부학교’ 출신 세 커플 이야기
입력 2015-03-13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