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졸속 동시조합장선거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15-03-12 03:01
사상 첫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11일 실시돼 전국에서 1300여명의 농협, 수협, 산림조합장이 새로 뽑혔다. 동시선거는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관련 업무를 일괄 관리해 부정선거를 막고, 선거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 결과 선거 효율성 면에선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부정·혼탁으로 얼룩져 그 의미가 반감됐다.

이번 선거는 ‘돈 선거’ ‘깜깜이 선거’였다 해도 틀리지 않다. 기부행위가 제한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876명 가운데 무려 55%(483명)가 금품·향응제공 혐의자다. 같은 기간 선관위가 고발 조치한 147건 중 66%인 97건도 돈 선거 관련 혐의다.

조합장에 당선되기만 하면 억대에 이르는 연봉과 조합 내부의 각종 결정권을 갖는 막강한 권한이 보장되기 때문에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그릇된 심리가 이 같은 매표행위로 나타난 것이다. 조합장 연봉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과 동시에 권한을 약화시키고 견제장치를 강화하지 않고는 후보들의 조합원 매수 유혹을 막기 어렵다. 간선제로 뽑거나 임명제로 하자는 주장이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현 조합장에게 유리한 선거제도 또한 손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선 과거 조합별 선거 때 허용됐던 토론회와 합동연설회 등이 모두 금지돼 신인들은 자신을 알리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 방식대로 할 경우 조합원의 알권리와 후보들의 홍보 기회가 지나치게 제한받아 지명도 높은 현 조합장에게만 유리할 뿐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는 구조다.

정부는 10월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이제라도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