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세림이법’ 시행 한 달여 만에 통학버스 교통사고가 또 일어났다.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든 법이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책임 앞에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10일 오전 경기도 광주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네 살짜리 이모군이 자신이 타고 온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다. 원생 19명과 인솔교사 1명이 통학버스에서 내려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버스 앞에 있던 이군을 운전기사가 미처 보지 못한 채 버스가 출발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행인이 뺑소니 사고인 줄 알고 신고할 때까지 아이가 도로에 5분가량 방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어린이집 앞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인솔교사와 운전기사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솔교사는 함께 내렸던 이군이 사라졌는데도 나머지 아이들만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 수만 점검했어도 이군은 참사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운전기사도 차량을 출발시키기 전 주변에 아이들이 있는지 한 번만 확인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는 2013년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김세림(당시 세 살)양 때와 똑같다. 당시에도 인솔교사가 있었지만 인원 점검을 하지 않았고 결국 운전기사의 부주의로 세림양이 통학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세림이법’이다. 지난 1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세림이법’은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 관할 경찰서 신고 의무화, 운전자 외에 성인 보호자가 동승해 어린이의 승하차 안전 확인, 어린이집 운영자와 운전자의 안전교육 강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고를 낸 통학버스는 경찰에 등록된 차량이고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운전기사는 지난해 4월 교통안전공단의 안전교육을 이수했다. 그럼에도 2년 만에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안전교육이 형식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이제라도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 안전을 더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통학버스에 ‘세이프가드바’를 설치하도록 한다. 아이가 차 앞으로 지나갈 수 없게 만들기 위함이다. 아무나 통학버스를 몰 수 없게 하기 위해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자격증 제도도 갖추고 있다. 우리도 이런 제도나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좋은 제도와 규정을 받아들이고 만든다 해도 아이들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어른들의 의식과 자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설] ‘세림이법’ 시행됐지만 어른들 무책임은 여전했다
입력 2015-03-1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