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남호철] 국립공원 케이블카의 과제

입력 2015-03-12 03:01

승객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케이블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스위스 남부, 독일 등지의 산악지역이라고 전해진다. 철도에 비해 건설 및 운영비용이 훨씬 적어 험준한 산악지역에서 매우 유용했다. 현재도 미국 뉴욕의 루스벨트섬에서 맨해튼까지 하루 1만여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케이블카 ‘루스벨트 아일랜드 트램’은 차량으로 인근 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저렴한 데다 시간도 절약된다고 한다.

이동수단으로서의 케이블카가 관광용으로 이미지가 변모된 것은 1913년 오스트리아에서다. 미국에서는 1938년 뉴햄프셔의 프랜코니아에 처음 설치됐다. 국내에서도 1962년 처음 운행을 시작한 남산케이블카가 주요 관광코스로 꼽히고 있다. 관광과 케이블카는 그만큼 밀접해졌다. 케이블카를 타고 발밑에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하는 것은 분명 색다른 즐거움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산과 계곡 등 경관이 빼어난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케이블카를 종종 볼 수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경치가 빼어난 국립공원을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케이블카 설치에 나섰다. 관광객 유치를 통해 침체된 지방 경기를 살리자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환경성과 사업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환경단체들은 구조물 설치 과정에서는 물론 관광객 급증으로 환경이 급속히 파괴된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탐방객을 분산시켜 등산객으로 인한 산림 훼손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근에는 설악산 양양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과 ‘산지관광 활성화’가 포함됐다. 여기에 양양 오색약수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과 멀지 않은 끝청이나 관모능선까지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올 하반기 착공한다는 계획이 들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케이블카 조성 사업의 적극 추진을 지시한 데 이어 10월 평창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오색 케이블카 조기 추진을 지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발표한 ‘2015 관광분야 정책’에 설악산에 친환경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포함시켰다.

환경단체들이 반발했다.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설악산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산양의 서식지 환경이 훼손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설악산에 허용하면 지리산 등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케이블카 건설 요구가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찬성하는 쪽이 자주 거론하는 유럽의 높은 산과는 생태나 탐방문화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찬반 양론 모두 일리가 없지는 않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든 안 되든 환경은 중요하다. 설치되는 것으로 결론나면 그 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온전하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자연자원을 보존하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그런 가운데 더 많은 사람이 유용하게 즐길 수 있는 묘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케이블카 설치 및 성공 사례의 통계숫자에만 현혹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이 보호될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도 필수조건이다. 남호철 관광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