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통을 겪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국내 독문학계의 토대를 만든 원로 독문학자이자, 융합 미학 영역을 개척한 예술문화사가인 저자는 데카르트 명제를 변용해 자신의 모토로 삼고 있다. 그는 고통에 대한 투쟁 없이는 삶의 행복도 없다는 절실한 체험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괴테, 카프카, 브레히트 등 독일 근현대 대문호 7명이 쓴 단편소설 19편을 선택한 뒤 전문을 새롭게 번역하고 철학·역사학·사회학·종교학을 넘나드는 통합적 해석을 풀어냈다.
근현대는 산업화와 근대화의 물결 속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격동의 시기였다. 비약적인 경제발전이 있었지만 인간 소외 현상도 심해졌다. 두 차례 세계대전까지 더해져 인간은 혼란과 불안, 고독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문호들은 인간의 고통을 자신의 이야기에 담아내 승화시키기에 이르렀다. 삶에 대한 성찰과 반추를 제공하고 인생에 갈증을 느끼며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단편이야말로 우리가 늘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짧은 형식 속에 장편소설 못지않은 인생의 깊은 의미와 가르침이 함축적으로 녹아 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는 왜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문학은 삶의 고통을 지혜로 승화한다”는 답을 내놓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獨 대문호 7인이 발견한 삶의 역설과 희망
입력 2015-03-13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