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정지현 선수의 훈련파트너였습니다. 이제 그 벽을 넘어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습니다.”
레슬러 우승재(29)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체급이었던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32)이라는 큰 벽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7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우승재는 “나도 국제대회에 참가하면 메달을 딸 자신이 있었지만 매번 대표팀 선발 때 지현이 형한테 졌다”고 했다. 또 “나는 출전을 하지 못하지만 지현 형의 훈련 파트너로서 함께 땀을 흘렸다”며 “그 심정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큰 산이었던 정지현이 지난해부터 그레코로만형 71㎏급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또 다른 장벽이 찾아왔다. 지난해부터 그레코로만형 55㎏급과 60㎏급이 59㎏급으로 통합됐다. 그 1㎏ 체중감량에 실패해 우승재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했다. 그는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고난 다음 해에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려 잘할 자신이 있었는데 부상과 체중감량 문제로 출전조차 못해 무척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우승재는 한 때 운동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를 붙들어 준 사람이 바로 안한봉(47)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7㎏급 금메달리스트인 안 감독은 평소 성실하고, 열심히 훈련하는 우승재를 눈여겨봤다. 안 감독은 우승재가 상실감에 빠졌을 때 “너는 체력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세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나를 한 번 믿어봐라”고 다독였다.
우승재에게 또 다른 힘이 되는 사람은 약혼녀다. 그는 동갑내기 간호사와 올 11월 결혼을 할 계획이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이 무거워졌다. 우승재는 “약혼녀가 이런 비인기 종목에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데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나에게 존경스럽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한 때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정지현도 우승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지현이 형과 나는 5년 동안 같이 있었다”며 “이제 떨어져 지내지만 전화로 ‘자신 있게 해라, 너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준다”고 말했다.
우승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태릉선수촌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는 “이제 꿈을 가지고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나를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 감독도 우승재의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안 감독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우승재는 우리 대표팀의 비밀병기”라며 “59㎏급에서 기술적·체력적으로 세계 정상급이기 때문에 반드시 일을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모규엽 기자
[2015 스타 예감] (9·끝) 대표팀 비밀병기 된 훈련파트너… 레슬링 우승재
입력 2015-03-1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