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테러 후 닷새 만인 10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퇴원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여유가 넘쳤다. 봉합한 상처에 살색 반창고를 붙인 얼굴이었지만 밝은 표정이 완연했다.
리퍼트 대사는 기자회견이 열린 병원 본관 세미나실에 줄무늬 검은색 양복에 녹색 넥타이를 매고 머리카락을 빗어 넘긴 단정한 모습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이라고 한국어로 말할 때에는 미소를 지었다.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같이 갑시다’란 그의 한국어는 여전했다. “‘세준이 아빠’ ‘동네아저씨’로 남겠다”는 말도 했다. 김기종씨 테러 당시 다친 왼손에는 깁스를 하고 있었다. 회견장에 들어서기 전 병원 로비를 지나자 시민들은 박수와 함께 ‘리퍼트 파이팅’을 외쳤다. 리퍼트 대사는 웃으며 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회견이 시작되자 그는 강한 업무복귀 의지를 보였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업무에 복귀하길 원한다고 한 것이다.
‘앞으로 24시간 경호를 받을 생각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미 국무부와 워싱턴(백악관) 당국이 경호전술 등을 자세히 검토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은 서울이나 여타 다른 지역을 다닐 때도 굉장히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특별히 ‘중무장’한 경호팀을 매일같이 동반한 채 외부 활동에 나서진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통상적으로 경호 전술 내지는 절차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의 정책이나 권고사항에 대해선 전문가들에게 남겨두겠다”고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 외신기자가 ‘김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약간 표정이 굳어진 채 “절차를 거쳐 법을 담당하는 전문가와 얘기할 예정이다. 지금 뭐라 말하는 건 이르다”고 답했다. 대답 직후 그는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나섰다. 때문에 취재진과 미 대사관 측이 사전에 조율했던 6가지 질문 가운데 3개항은 답변하지 못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 대사관이 준비한 차량을 탄 채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향했다. 대사관 건너편에는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성조기를 흔들며 “같이 갑시다”를 연호했다.
그는 일단 대사관저에 머물며 긴급한 업무 위주로 결재하는 형태의 ‘낮은 단계 업무’를 볼 전망이다. 그런 다음 미 행정부의 경호지침 등이 마련되고 충분히 건강을 회복하면 완전한 형태의 업무 복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은 리퍼트 대사 기자회견 전 브리핑을 통해 “혈압과 체온이 모두 정상이며 얼굴 상처 부위 통증은 전혀 호소하지 않는 상태”라며 “통증지수를 최고 10으로 잡을 때 손목 부위 통증은 1∼2 정도로 크게 호전됐다”고 했다. 윤 병원장은 “대사가 아직 실밥을 제거하지 않은 왼팔의 상처가 잘 아물지 불안해하는 것 같아 정형외과 의사가 매일 찾아가 치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창호 전수민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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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1 03:46 수정 2015-03-11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