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공공영역에서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국정과제로 정부 3.0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거창한 구호만 난무하고, 인프라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공공아이핀(I-PIN) 시스템이 해킹을 당해 보안에 허점을 드러낸 데다 행정전산망도 한때 마비돼 정부 3.0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시스템의 허점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10일 공공아이핀 75만 건이 부정 발급된 데 대해 “국민에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밝혔다. 지난달 28일 자정 무렵부터 지난 2일 오전까지 정체불명의 외부세력이 공공아이핀 시스템에 침입해 본인인증 절차를 회피하는 수법으로 공공아이핀 75만개를 부정 발급받았다. 민간 아이핀 시스템은 동일한 공격을 차단할 수 있지만, 공공 시스템은 어이없이 뚫려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행자부도 공공아이핀 시스템과 관리·운영 모두에 허점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행자부는 외부 보안전문기관의 사고원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보안 강화대책을 수립키로 했다. 하지만 뾰족한 보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기존 시스템을 당분간 계속 운영키로 해 공공아이핀의 추가 해킹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킹 사건이후 공공아이핀 탈퇴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 3.0은 공공 정보를 개방·공유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특히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정보나 민간사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주로 지방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공통 행정업무시스템인 시도·새올 시스템에 축적된 각종 인·허가 자료를 올 4월에 전면 개방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발표한 당일 새올 행정정보시스템에 2시간 동안 장애가 발생해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새올 시스템 장애는 각 지자체의 ‘관외 주민등록번호 조회’ 요구가 제때 처리되지 않고 시스템에 누적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부의 각종 전산망을 서로 연계하는 정부디렉토리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지자체의 관외 주민번호 조회 요구가 계속 쌓이게 됐고, 결국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전산망 사이 연계 통로인 정부디렉토리시스템은 1999년에 구축된 후 부분적으로 시스템 보강을 거쳤지만 전체적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부처 간 칸막이 제거를 추진하는 정부 3.0 기조에 따라 시스템 연계가 확대되면서 정부디렉토리에서 처리할 업무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 3.0이 지향하는 목표인 지식네트워크형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현행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지 않으면 마비나 장애 사태가 재발할 수 있고, 정부 3.0 구현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기획] 공공아이핀 뚫린 데 이어 지자체 행정전산망도 장애… 구호 요란했던 ‘정부 3.0’ 체면 구겼다
입력 2015-03-11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