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에서 또 네 살 어린이가 유치원 버스에 치여 숨졌다. 2013년 3세 어린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뒤 ‘세림이법’이 만들어져 올해 1월 말부터 시행됐지만 어른들의 부주의 앞에 법은 무용지물이었다.
10일 오전 10시13분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이모(4)군이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는 “아이가 숨을 안 쉰다. 주변에 아무 차도 없는데 뺑소니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통학버스 운전사 김모(39)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이군을 포함한 원생 19명과 인솔교사 1명 등 20명을 태우고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다. 교사는 다른 아이들을 어린이집 안으로 인솔해 들어갔으나 어떤 이유인지 이군만 남아 버스 앞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이어 오전 10시8분쯤 김씨는 버스 앞에 있던 이군을 보지 못한 채 버스를 출발시켜 이군을 치었다. 김씨는 버스를 멈추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버스 운전석이 높아 아이가 버스 앞에 있는 것을 몰랐다. 도로가 울퉁불퉁해 사고를 낸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에 치인 이군은 행인이 발견할 때까지 5분가량 도로에 방치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뺑소니 사건으로 알고 현장에 출동했다”며 “어린이집도 행인의 신고 전까지 이군이 사고를 당한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는 이군의 혈흔이 버스가 정차했던 곳에서 각각 2m, 1m 간격으로 2곳에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군이 차에 치인 뒤 3m가량 끌려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어린이집 인솔교사의 과실 여부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는 인솔교사와 통학버스 운전자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솔교사는 차량에 함께 탔던 이군이 사라졌는데도 나머지 아이들만 데리고 어린이집에 들어갔다. 아이들 숫자만 제대로 점검했어도 이군이 혼자 남아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운전기사 김씨도 차량을 출발하기 전 차량 주변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있는지 한 번만 확인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림이법’이 시행됐지만 어른들이 안전에 무관심하면 법도 무용지물이고, 어린이들의 안전은 늘 위협받게 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경찰 관계자는 “강화된 안전 기준보다 이를 지키는 보육기관 종사자들의 책임감이나 안전의식이 어린이 안전에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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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법’ 만들어 놓고 어른들 부주의에 또 참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4세 남아 치여 숨져
입력 2015-03-11 03:15 수정 2015-03-11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