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금융상품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중위험·중수익 시장에서 증권업계가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가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반영한 펀드 상품을 내놓으며 역습에 나섰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ELS 펀드와 인컴 펀드, 해외 자산배분형 펀드, 롱숏 펀드 등을 내세우고 있다. 기대수익률을 5∼8%로 다소 낮춘 대신 운용 안전성을 높인 상품들이다.
ELS 펀드는 다수의 지수형 ELS에 분산 투자하는 것으로, ELS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수시 환매나 적립식 투자가 불가능한 ELS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해 출시한 ELS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각각 3.27%, 6.06%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컴 펀드인 ‘배당프리미엄펀드’를 중위험·중수익 대표 상품으로 밀고 있다. 이 펀드(C-W클래스 기준)의 1년 수익률은 6.44%다. 세계 각국의 주식·채권·원자재·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해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해외 자산배분형 펀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멀티에셋크루즈5.0펀드’는 국내외 다양한 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으로, 목표 수익률은 5∼6%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펀드’는 미국 주식과 채권에 각각 40%씩 투자하고 20%는 시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율을 조절해 투자한다.
한때 잘 나가던 롱숏 펀드는 명성이 퇴색하고 있으나 기대수익률과 위험을 함께 낮춘 ‘2세대 상품’이 나오고 있다. KB자산운용은 ‘KB롱숏펀드’가 종전 상품들보다 위험 관리 부분을 강화해 위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KB코리아롱숏 A’의 1년 수익률은 6.69%다.
이 같은 자산운용업계의 공세에 증권업계는 안정성을 강화한 ‘신상 ELS’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 진입 시에도 최대 손실 폭을 제한한 ‘원금 80% 보장 ELS’를 내놨다. NH투자증권은 위험 상황(원금 손실) 발생 시 만기를 연장해 수익률 회복 기회를 주는 ‘New Heart형 ELS’를 판매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어 현재까지 600억원 이상 팔렸다.
조기 상환 가능성을 높여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인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스피드 스텝다운형 ELS’는 종전 상품처럼 6개월 단위로 상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시점에 1차 조기 상환이 연장되면 매월 상환 여부를 따진다. 만기 3년 동안 총 31번의 상환 기회를 부여하는 셈이다. 첫 조기 상환 문턱을 기준가의 80%대로 낮춘 신한금융투자의 ‘첫스텝 80 시리즈 ELS’는 지난해 5400억원,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400억원어치가 팔렸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자산운용사 중위험·중수익 시장 공략 나섰다
입력 2015-03-1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