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할머니 살해 용의자, 진술 수시로 번복… 경찰 살인혐의 구속영장 신청

입력 2015-03-11 02:38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수십억원대 자산가 함모(88·여)씨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 된 정모(60)씨는 사기 등 전과 6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0일 오후 정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상습 사기범이었다. 2013년 보험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외에 다섯 번의 벌금형 중 네 번이 사기전과다. 한 번은 폭행전과였다.

정씨는 경찰에 체포된 지난 9일 “함씨의 집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가 수사진의 추궁이 이어지자 “함씨가 판매하는 건강식품을 사러 갔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10일 오전에는 “집이 아닌 병원으로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며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정씨는 우울증 등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함씨의 집에서 2㎞ 남짓 떨어진 대치동 다가구주택 반지하방에 살고 있었다. 인근 인테리어 가게에서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했지만 최근 당뇨병 등 건강 악화로 일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정씨의 유전자(DNA)를 발견하고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함씨 콧잔등과 입술, 손톱 등 신체와 함씨의 두 손을 묶었던 끈, 휴대전화 충전기 끈에 묻은 땀에서 그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 관계자는 “콧잔등과 입술 등에서 나온 DNA는 함씨 입을 틀어막는 과정에서, 손톱에서 나온 건 함씨가 반항하는 과정에서 묻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전 8시47분쯤 인근 CCTV에서도 정씨가 함씨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경찰은 주변 CCTV 수십대의 영상을 돌려보며 이동경로를 추적해 정씨의 행적을 파악했다. 정씨는 10일 오전에 유치장을 나서면서 만난 취재진에게 “살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정씨가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은 채 진술을 계속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