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 있던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출과정과 기준이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각 금융지주의 향후 CEO 승계프로그램 운영 계획도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은행지주와 은행들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상설화하고, 최고경영자 승계프로그램을 시행토록 하는 등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CEO 공백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관련 내용은 정기주주총회 20일 전까지 공시하도록 했다.
KB금융지주는 CEO 선임 때마다 ‘관치’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홍으로 임영록 전 회장이 9월 해임된 뒤 66일 만에야 윤종규 현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 기간 온갖 회장 내정설이 돌면서 KB는 혼란에 빠졌다. 하영구 전 행장이 사임하고 14일 만에 박진회 행장을 선임한 씨티은행과 대조된다. 씨티그룹은 핵심인재검토(Talent Review)를 통해 은행장 및 주요 임원 후보자를 발굴·육성하고 승계절차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KB금융지주는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CEO 후보군 관리에 나선다. 지난해 CEO 자격 요건은 금융지주회사법 및 시행령이 정하는 임원자격 요건과 함께 품성·자질, 금융산업 경험과 지식, 경영능력 등이었다. 지난해엔 내부 66명, 외부 33명 등 99명을 경영진 후보로 관리했다. 새로 이사회가 구성되면 자격 요건과 후보군을 확정할 방침이다.
경영 연속성 확보를 위해 현 CEO에서 연임 의사를 물어 경영승계를 하기로 했던 계획은 ‘윤 회장 연임의 포석’이란 논란이 일자 보류하기로 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5명과 9명을 CEO 후보군으로 관리 중이다. 도덕성, 업무능력, 회사비전 공유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신한금융은 이에 더해 공익성 및 건전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지 여부도 살핀다. 하나금융은 최근 1년 이내 종합건강검진 자료를 통해 건강상태를 입증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회장 선임 연령은 신한의 경우 만 67세 미만(연임은 만 70세)이어야 한다. 하나금융은 임원 연령이 만 70세까지다.
후보군에는 각종 교육프로그램과 주요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연 1회 이상 이사회에 보고한다. 신한금융은 금융업에 대한 통찰력과 그룹 관점 의사결정 등의 프로그램을, 하나금융은 ‘하나 리더스 아카데미’ 등 사내 교육 과정과 국내외 대학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KB, 올해부터 CEO 후보군 집중 관리 나서- 신한, 67세 미만 회장자격- 하나, 건강 중시
입력 2015-03-11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