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50대… 소득 많지만 노후 불안에 소비성향 급락

입력 2015-03-11 02:15

50대는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눈앞에 둔 세대다. 현재의 50대는 일찍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하지도 못했던 세대다. 아직 소득이 있더라도 ‘노후에 쓸 돈’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결과는 소비 축소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50대 가구주는 가처분소득이 가장 많았지만, 소비성향은 60대 이상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전국 단위 가계수지 조사가 처음 실시된 2003년(77.9%)보다 5.0% 포인트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 지출을 얼마나 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경기불황 속 평균소비성향 하락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유독 50대와 60세 이상에서 하락 폭이 커졌다. 2003년만 해도 81.1%에 달했던 60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69.5%로 11.5% 포인트나 급락했다. 50대(50∼59세) 가구주 가구의 평균소비성향도 같은 기간 75.4%에서 69.7%로 5.7% 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50대 가구주 가구는 지난해 소득(495만7000원), 처분가능소득(396만9000원)이 모두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높았는데도 지난해 소득이 281만2000원에 불과한 60세 이상과 비슷한 수준의 평균소비성향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성향이 높아진다는 것과 다른 양상이 나타난 셈이다. 고령화로 인해 소득이 필요한 기간이 늘어났지만 가능한 고용 기간이 함께 늘어나지 않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아져야 할 50, 60대가 소비를 줄이면서 전체적인 소비성향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권규호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이 길어졌지만 노동 공급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은 비례해 늘어나지 않아 모든 연령층의 소비성향이 줄어들고 있으며 50대 이상에서 그 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