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찰청 형사부의 선임부서이자 명예훼손 사건 전담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매월 2회 명예훼손 사건 연구모임을 갖기로 했다. SNS 등 의사소통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명예훼손 분쟁도 덩달아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한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국민적으로 명예보호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각급 검찰청에 연구모임 결과를 보내 법 적용 ‘노하우’를 공유하려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모임은 그간 축적된 법원 판례를 토대로 명예훼손 성립 요건을 체계화하기로 했다. 최근 들어 명예훼손 사건 쟁점이 첨예해지고,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야 언론·출판물을 통한 명예훼손 사건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모든 사안을 개별적으로 꼼꼼히 따져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례를 보면 허위사실에 기초했다고 해서 꼭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특정’ 여부까지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10월 의정부지법은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한 회원의 ID를 지칭하며 “두 살림 하는 것을 모두 알던데 들키지 말라”며 허위사실로 비방한 윤모(5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ID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비방 의도 없이 알려진 사실만 공표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죄가 불성립하지도 않는다. 2013년 4월 창원지법은 교인 200여명이 모인 예배 자리에서 “A집사의 자녀 B가 임신한 뒤 결혼해 성경 말씀을 어겼다”고 말한 목회자의 항소를 기각하고 명예훼손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비방 목적이 없었더라도 피해자들의 평가가 충분히 저하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로지 공공의 목적을 위한 발언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그간 민감한 명예훼손 사건을 다수 처리해 왔다. 2012년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기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정윤회 문건’과 관련한 청와대 비서관들의 고소 사건을 배당받았다.
연구모임은 첨예한 법리 판단을 분석해 ‘표현의 자유’ 범위를 재단하는 노력이 각종 명예훼손 사건의 처리 효율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11년에 이어 실무 사례집을 한 번 더 펴낼 계획도 갖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검찰 “명예훼손 열공합시다”… 매월 2회 연구모임 갖고 판례 분석·토론 계획
입력 2015-03-11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