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부 기독교대학 평생교육원 ‘풍수지리·점술’ 강좌 개설

입력 2015-03-11 02:08
지난달 23일 한 중앙일간지에 게재된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의 ‘풍수지리학 수강생 모집’ 광고.
‘업종별 방향 풍수’ ‘개인별 재물운 방향’ ‘재물운이 따르는 건물’.

지난 3일 개강한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의 ‘생활풍수-생활인테리어’ 강의 커리큘럼 중 일부다. 2013년 하반기에 시작해 4번째로 개설된 이번 강좌에는 주부와 직장인 등 10여명이 등록했다.

국민일보가 10일 채플 또는 기독교관련 과목을 정규 수업으로 편성·운영하고 있는 4년제 기독교대학의 평생교육원 24곳의 강좌를 분석한 결과, 일부 대학 평생교육원에 ‘풍수지리’ ‘사주 비결’ 등의 강좌가 개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독교대학의 부설 교육기관에서 기독교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경북 김천의 김천대 평생교육원은 오는 17일 일반교육과정인 ‘인지수맥풍수과학(풍수지리 입문)’을 개강한다. 총 12주 동안 진행되는 강의에서는 산세를 보고 길흉을 살피는 ‘간룡법’을 비롯해 시신 매장의 일시와 망자·후손들의 사주(四柱)를 따져 장사 지내는 절차를 정하는 ‘장택법’ 등이 다뤄진다. 이사 등에 있어서 ‘길일·길시 찾기’ 등도 강의 계획안에 포함돼 있다.

한남대 평생교육원은 ‘실전 단명·사주 비결’ 강좌를 시작했다.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干支)에 근거해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사주’의 기본 원리부터 가르친다. 한신대 평생교육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카드를 이용한 점술의 일종인 ‘마음의 문을 여는 타로 상담사’ 과정을 개설했다가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했다. 올해는 개설하지 않았다.

이들 대학과 평생교육원 측은 “문제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교계가 우려하는) 미신적인 접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유익한 생활정보 제공 차원에서 개설한 강좌”라며 “미션스쿨인 만큼 강좌 개설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평생교육원은 생활밀착형 정보를 제공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고 밝혔다. 한남대 평생교육원 측도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상식 등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수강 희망자들의 요청으로 개설한 것”이라며 “기독교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계에서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풍수지리나 사주팔자 등은 명백히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것들로 생활정보라는 이유로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종순(충신교회 원로) 목사는 신앙상담 등을 통해 “사주팔자 등에 기대는 것은 인간을 지으시고 생사화복을 다스리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불신행위이자 비신앙적 행위”라며 “성경(신 18:14)에서는 그런 행위를 철저히 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칫 기독교의 최우선 가치인 유일신 사상에 반하는 ‘이중신앙’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계에선 기독교 정체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기독교대학들은 강좌 선택과 개설에 더욱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영(한신대 기독교윤리학과) 교수는 “기독교적 가치에서 본다면 개인적 행운이나 복의 추구보다는 공동체적 나눔과 섬김을 계발하는 쪽의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은 “(기독교 정체성에 반하는 강좌는) 기독교대학 본연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재찬 진삼열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