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나 소비자가 우리 경제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하면 투자나 소비를 줄인다는 얘기다.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강조한 데에는 이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수준에 이르자 정부도 낙관론을 유지할 수만은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말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너무 비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될 때마다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며 방어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국내 부동산 경기에 대해 “정상화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고 했고, 국제 유가가 급락하는 상황도 “우리 경제에 호재”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 “취업자수 증가폭보다는 전체 취업자수를 봐야 하는데, 1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2500만명을 넘어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메시지 관리다. 경제당국이 우리 경제가 위험하다고 고백하는 순간 시장에 불안감이 증폭돼 내수 침체가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내뱉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정부로선 긍정적인 코멘트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실제 판단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년 동월(108)보다 5포인트 떨어진 103을 기록했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소비 심리가 낙관적임을 뜻한다. 특히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디플레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 처신도 다소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강연에서 “저물가 상황이 오래 지속돼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기존의 태도를 바꿨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기업에는 임금인상을, 한국은행에는 금리 인하를, 국회엔 경기부양 관련 법안 통과를 압박하는 등 경기부양 수단을 총동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기재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거나, 46조원 정책 패키지 중 올해 배정된 10억원을 최대한 빨리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결국 저출산·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등 당면한 문제에 대한 근본해법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확한 현실 인식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왜곡된 경제인식을 전달할 경우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작용 또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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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제는 심리? 관료들의 위험한 낙관론… 괜찮다던 최 부총리 물가 상승률 통제 안되자 태도 변화
입력 2015-03-11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