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 사건의 상처를 딛고 10일 퇴원했다. 리퍼트 대사는 퇴원 기자회견에서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함으로써 이번 사건으로 한·미동맹이 훼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한 목적과 결의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시종일관 의연한 그의 태도는 자칫 미묘한 정치적 파장을 불어올 수도 있었을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그치게 만들었다.
미국 정부도 사건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다. 미 국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테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정치적 목적이나 배후를 전혀 암시하지도 않았다. 미국 정부는 리퍼트 대사의 용기 있는 대처와 한국 정부의 사건 수습, 처리를 두둔함으로써 오해와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 미 대사관 측도 사건 발생 당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국인들의 걱정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닷새의 입원기간 동안 “김치를 먹었더니 더 힘이 나는 것 같다”거나 “동네아저씨이자 세준이 아빠로 남을 것”이라는 등 숱한 어록을 남겼다. 뜻밖의 시련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한식에 대한 관심과 한국 사랑을 부각시킴으로써 외교관으로서 소통 전략을 잘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건을 지나치게 과대 포장하는 듯한 느낌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국 배치 추진에 목소리를 높인다거나 검찰이 배후세력 수사에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경찰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거듭하는 것도 과잉대응으로 비친다.
리퍼트 대사가 무사히 퇴원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정부도 국민들도 이번 사건을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면서 조금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했으면 한다.
[사설] 리퍼트 대사 피습 계기로 한미관계 더 강화되길
입력 2015-03-11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