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와 함께 ‘김영란법’의 핵심 축이었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대폭 손질될 전망이다. 공직자의 4촌 이내 친족 중 직무 관련자가 있을 경우 공직자를 ‘제척’(직무에서 배제)하는 대신 이를 사전에 신고하면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안에 담긴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그대로 시행되면 어마어마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정무위 차원에서 대안을 주문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문 작업을 해오는 대로 4월 임시국회에서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정무위가 제시한 안은 정부안과는 틀 자체가 다르다. 정부안은 A라는 사람이 공직자의 4촌 이내 친족인 경우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에 대해선 해당 공직자를 제척시키고, A는 기피를 신청하도록 했다. 고위공직자의 가족은 공개채용을 제외하고 공직자가 소속된 공공기관 또는 그 산하기관에 채용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적용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특정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공직자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규율을 받도록 한 것이어서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정무위가 지난 1월 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을 통과시키면서 이해충돌 방지는 뒤로 미뤄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사적 이해가 관련돼 있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정무위는 당초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특정 직무를 11개 유형으로 한정하고, 법령 제정·예산 편성 등 정책 업무는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하지만 특정 직무로 한정한다고 해도 업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결국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해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가족의 범위도 4촌 이내 친족에서 민법상 가족의 범위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정무위는 지난달 24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같은 내용을 심사할 방침이었지만 권익위는 수정안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안의 상당 부분을 들어내는 일이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권익위 곽진영 부위원장은 “초안은 돼 있는데 용어 정의가 더 돼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 법안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진 데 대해 “반쪽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무위가 검토 중이라고 하니 이미 통과한 법과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금품수수·부정청탁 금지 관련 규정만으로도 과잉 입법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어 이해충돌 방지 논의에 얼마나 탄력이 붙을지는 미지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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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1 02:55 수정 2015-03-11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