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기다려왔어요. 오늘 마침내 오빠가 돌아왔네요.”
2차 대전 당시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영국 군인의 결혼반지가 7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44년 10월 29일 영국군 비행하사관 존 톰슨은 독일군 타격 임무를 위해 핼리팩스(Halifax) 폭격기를 타고 출격했고 이후 돌아오지 못했다. 톰슨을 포함한 7명의 승무원은 당시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남동쪽 60㎞ 부근 마타네쉬산에 추락해 사망했다.
추락 이후 십수 년이 지난 1960년 여름, 인근 마을 주민인 아효 칼라씨는 나무를 하러 산에 올랐다가 반지를 낀 손가락 유골을 발견했다. 반지에는 ‘조이스와 존(Joice & John)’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그의 아들 세밀 칼라(63)씨는 “아버지는 반지를 발견한 부근에서 비행기의 잔해를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에는 엔베르 호자 독재정권 치하였기에 함부로 신고할 수 없었다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꼭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경찰관인 칼라씨는 아버지 유언에 따라 티라나의 미국과 영국대사관을 찾았다. 사연을 듣고 수색에 나선 양국 정부는 2013년 폭격기 잔해를 찾아 반지의 주인이 톰슨임을 알아냈다.
이날 알바니아에서 열린 반지 반환 행사에는 톰슨의 여동생 도로시 웹스터(92) 등 4명의 가족이 참석했다. 가족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믿을 수 없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함께 감격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은 아내인 조이스와는 6개월 정도 신혼생활을 하다 전쟁에 나섰다. 조이스는 존이 실종된 뒤 2년 뒤에 재혼했으며 1993년 사망했다.
정건희 기자
[월드 화제] 70년 만에 돌아온 오빠의 결혼반지… 2차대전 중 사망 英 하사관
입력 2015-03-11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