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만원 애플 금시계 ‘명품’에 도전장, 그러나… 美 IT 매체들 회의적 반응

입력 2015-03-11 02:43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바 부에나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애플워치의 구체적인 사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쿡은 애플워치를 손목에 착용하고 등장했다. 화면에 비친 제품은 최소 1만 달러인 애플워치 에디션이다. AP연합뉴스

애플이 애플워치를 발판으로 명품 브랜드로 변신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바 부에나센터에서 행사를 열고 애플워치의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애플워치를 공개하면서 주요 기능을 이미 소개한 터라 제품 자체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예상을 깬 깜짝 발표도 없었다.

눈길을 끈 건 애플의 판매 전략이었다. 애플은 오는 4월 10일부터 애플스토어나 지정 백화점에서 애플워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일본 도쿄 이세탄, 영국 런던 셀프리지스 백화점 등이다. 애플이 백화점에 전용 매장을 마련하고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공식 출시 이후에는 파리 콜레트, 런던과 도쿄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 미국 LA 맥스필드, 독일 베를린 더 코너 등에서도 애플워치를 판매한다. 애플워치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9개국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한국은 1차 출시에서 제외됐다.

애플은 2013년 명품 브랜드 버버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안젤라 아렌츠를 소매·온라인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명품 DNA’를 접목해 왔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행사에서 특권을 뜻하는 ‘프리빌리지(privilege)’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애플워치를 갖는 게 남다른 특권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가격 정책도 애플이 명품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워치는 모두 3종류로 나오는데 가장 싼 애플워치 스포츠는 349달러와 399달러다. 기본 애플워치는 549∼1099달러이며, 18캐럿 금을 입힌 애플워치 에디션은 최하 1만 달러부터 시작된다. 가장 비싼 제품은 1만7000달러(약 1900만원)이다. 3종류의 애플워치는 기능상 차이는 없다. 어떤 소재를 사용했느냐와 시곗줄 디자인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IT 기기는 성능과 가격이 비례관계인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애플은 같은 기능의 제품이어도 고급 소재와 디자인을 내세우면 명품으로 포장할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애플워치는 럭셔리 브랜드로의 변신을 알리는 신호”라며 “(구매력 높은) 중국 소비자가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애플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애플워치는 기능상으로 기존 스마트워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배터리 문제도 그대로다. 애플은 애플워치가 한 번 충전에 18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매일 충전기를 들고 다니면서 충전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기능을 작은 화면에서 구현하려다보니 사용하기가 복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 버지 등 미국 IT 매체들은 “1만 달러짜리 럭셔리 시계를 찾는다면 애플워치 에디션 말고 다른 걸 사라”고 조언했다. 테크크런치는 “배터리 문제가 애플워치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