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언론 “아베, 전쟁범죄 책임 세탁하려 한다”

입력 2015-03-11 02:42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에 과거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한 가운데 독일 언론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대해 ‘국가주의적 역사 세탁 시도’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도 성향의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9일(현지시간)자 보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의 전쟁범죄 책임을 세탁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에선 아베 총리의 비호 아래 수만명의 군 위안부들이 일본군 전선으로 끌려간 데 대한 일본 군부의 책임이 부정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FAZ는 그러면서 “아베 총리의 심복들이 미·일 동맹 뒤에 숨어서 일삼는 공격적 국가주의적 언행들이 일본 경제의 회복을 막는 심각한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변국들에 공포감을 심어주고 과거에 대한 복수심을 끌어올리게 하는 행동은 일본기업들의 이해관계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일본의 힘은 전혀 영광스럽지 않은 과거를 영광스럽게 만들려는 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기업과 노동자들의 혁신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과거사 정리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신문은 “외국에서 들리는 비판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일본 외무성은 비판적 특파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FAZ는 지난 1월에도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이 2차 대전을 재해석하고 있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3월 방일 때 아베에게 어떻게 역사를 다뤄야 하는지 확실히 말해줘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반면 일본 언론은 메르켈 총리의 역사 문제 관련 발언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나타냈다. 진보성향의 아사히신문은 메르켈 총리가 아베 총리에게 독일이 나치의 행위를 검증한 경험을 소개한 사실과 이에 아베 총리는 적극 반응하지 않은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메르켈 총리의 과거사 발언을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메르켈 총리의 촉구에 대해 “사정이 다른 일본과 독일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