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상 급식·보육대란, 정부와 정치권 보고만 있을 텐가

입력 2015-03-11 02:29
무상보육(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이어 초중고생 무상급식도 위기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무상급식 보조를 위해 책정된 도비 257억원과 시·군비 386억원을 투입해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무상급식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교조 출신이 교육감인 경남도교육청이 강력 반발하지만 홍 지사는 오불관언이다.

홍 지사의 결정은 차기 대선 출마를 겨냥한 이슈 선점용 정략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 시점에서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입장을 편 것은 행정적, 정치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올 들어 정부와 정치권에 몰아쳤던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을 결코 일회성으로 끝낼 수 없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편적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재원으로 실시되고 있다. 2009년 경기도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김상곤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이후 좌파 성향 교육감들이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제도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여야가 한목소리로 보편적 무상급식을 공약했기에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경남도를 뒤따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편적 무상보육은 훨씬 더 심각하다.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분담하는 예산이 바닥나 지속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찍지 않을 수 없다. 전국 교육청이 예산 돌려막기를 해 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 정부가 획기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포기하는 교육청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앞날이 아주 어둡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사정이 이 정도라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문제는 현 시점에서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가 위기에 봉착하는 상황이 시시각각 다가온다면 당연히 위정자들이 손발 걷고 나서야 한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거주하는 지역과 상관없이 동일한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같은 잣대에 따라 세금을 내는데 혜택이 다를 순 없지 않은가.

이 문제에 관한한 정부와 여야 모두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가 대통령 생각을 읽고는 입을 닫아버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복지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당내 비판에 금방 ‘절대 불가’로 돌아섰다. 전국적인 급식대란, 보육대란을 정말 보고만 있을 건가. 정치의 실종이요, 정책의 파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