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 흘러 서울로 돌아온 박주영…7년 만에 친정팀 FC서울 복귀

입력 2015-03-11 02:28

축구계의 ‘풍운아’ 박주영(30)의 길고 긴 여정이 마침내 끝났다. 돌고 돌아 7년 만에 친정팀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국내 프로축구로 복귀한다.

서울은 “박주영과 3년 계약이 성사됐다”며 “박주영이 곧 팀 훈련에 합류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이재하 단장은 “연봉은 지금 바로 밝힐 수 없으나 백의종군 수준”이라고 말했다. 구단에 따르면 박주영은 K리그 클래식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박주영에게는 ‘비운의 스트라이커’ ‘저니 맨’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2005년 서울에서 데뷔한 박주영은 그 해 18골을 터뜨려 신인왕에 등극했다. ‘천재 스트라이커’의 탄생이었다.

2008년 AS모나코(프랑스)로 이적한 후에도 박주영은 3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91경기에 나서 25골을 넣는 출중한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1년 ‘명문’ 아스널(잉글랜드)로 이적하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한 박주영은 셀타 비고(스페인), 왓포드(잉글랜드) 등에서 임대 생활을 했지만 주목받는 선수가 되지 못했다. 그 사이 경기력은 저하됐고, 특유의 내성적인 성격까지 겹치며 군 기피 의혹 등 숱한 의혹과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결국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박주영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샤밥에 입단했지만 7경기 동안 1골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기고 무적선수 신세가 됐다. 축구 국가 대표팀에서도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으나 2015 호주 아시안컵에는 출장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이런 상황에서 친정팀 서울이 손을 내밀었다. 서울은 독일,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활약하다가 서울로 돌아와 화려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차두리(35)의 사례를 들어 박주영을 설득했다. 한 때의 최고 축구 스타가 이대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영입 이유 중 하나였다.

최용수(42) 감독은 “박주영이 잘못된 선택으로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면서 스스로 존재감이 위축됐다”며 “그래도 박주영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꺼져가는 젊은 친구의 열정을 되살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주영의 가세로 K리그 클래식은 흥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팀 훈련에 동참해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박주영은 내달 초 출전할 전망이다. 서울 관계자는 “박주영이 부활하면 한국 축구의 잃어버린 자산을 하나 되찾는 셈”이라고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