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 20년이 넘도록 일하다 디스크 진단을 받은 생산직 노동자가 법원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김모씨는 1989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22년간 자동차 조립부에서 근무했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자동차에 시트벨트 등을 부착하는 작업을 했다. 하루에 차량 337대를 작업했고, 대당 작업시간은 1분39초 정도였다. 그는 5㎏짜리 모터 80∼200개를 들어서 차량에 장착하거나 30㎏짜리 볼트박스를 작업장소로 운반하는 일도 했다. 대부분 허리를 90도 가까이 구부리거나 옆으로 비튼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라 작업 중에 허리를 펼 틈이 없었다. 김씨는 2012년 3월 30㎏짜리 볼트박스를 들어올리다 허리에 통증을 느꼈고,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인정해주지 않자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가 다소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업무를 해야 했지만 이 때문에 허리를 다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이강원)는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볼트박스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쳤거나 적어도 기존 질병이 급속히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22년간 허리 굽히고 일하다 디스크… 산재 인정
입력 2015-03-11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