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권 사외이사 최고 보수는 시급 기준으로 773만원에 이르렀다. 금융권 사외이사들은 거액의 보수를 받고 있지만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일 금융권이 전국은행연합회 등에 공시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맡았던 모기업 A회장이 시급 기준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 회장은 지난해 3개월 동안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모두 1160만원을 받았다. A 회장의 이사회 활동시간은 1.5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간당 보수는 773만3333원이 된다.
금융사 중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많은 곳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등 사건사고가 빈발해 회의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중웅 전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9700만원의 연봉을 받아 국내 사외이사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KB금융 이종천 사외이사(8700만원), 김영진·황건호 사외이사(각 8600만원)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들의 복리 후생도 호사스러웠다. 삼성화재는 사외이사 본인(350만원)과 배우자(150만원)에게 500만원에 상당하는 건강검진을 지원했다. 메리츠화재(본인·배우자 포함 300만원), KB생명(본인·배우자 각 100만원), 동부화재(120만원), 코리안리(본인·배우자 각 120만원) 등 다른 보험사들도 고액의 건강검진 혜택을 제공했다.
사외이사들이 속한 단체가 거액의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이종천 KB금융 사외이사가 학회장을 맡은 한국회계학회는 사외이사로 선임된 2011년 이후 국민은행에서 8000만원의 기부금을 받는 등 KB 사외이사 관련 단체가 받은 돈은 1억8000만원에 달했다.
사외이사들이 거액의 보수를 챙기면서도 본연의 임무인 경영진에 대한 감시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많다. 13개 은행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모두 76명의 사외이사(지난해 퇴임자 포함) 중 66명이 지난해 이사회 안건에 한 차례도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거수기 노릇 한시간에 773만원… 하나銀 석달 재직 사외이사 작년 時給 기준 보수 최고
입력 2015-03-11 02:04 수정 2015-03-11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