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가 왜곡된 김영란법 바로잡는데 앞장서라

입력 2015-03-11 02:28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이 법이 이 자리까지 온 건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도 국회 통과 과정에서 누더기가 된 데 대해선 ‘반쪽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기대와 아쉬움을 털어놓으면서 원안이 수정을 거듭하면서 훼손된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 전 위원장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라는 핵심 영역이 제외된 사실, 100만원 이하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 관련성이 있어도 과태료로 처분하기로 한 대목,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점 등을 “원안에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해충돌 방지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원안의 세 기둥 중 하나가 사라진 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규정이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와 함께 3대 중요 포인트라는 얘기다.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을 때 과태료 처분을 한 내용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형법만 봐도 금액을 따지지 않고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김영란법’은 과태료 처분으로 오히려 처벌이 완화됐다고 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다.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예외 대상으로 한 데에는 “자칫 잘못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브로커처럼 활용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했고, 적용 대상이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로 한정된 부분에도 아쉬움을 전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 이유를 언론의 자유가 특별히 보호돼야 하는 중요한 민주적 가치이자 필수적 자유라는 점을 들었다.

이제 자명해졌다. 최초 제안자가 적시했듯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김영란법 원안을 여야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훼손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났다. 국회는 김 전 위원장의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여 하루빨리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여야가 그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재개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