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우리 승리하리라’

입력 2015-03-11 02:10

지난 7일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와 흑인 참정권을 주장했던 ‘셀마-몽고메리 행진’ 50주년 행사가 열렸다. 1965년 3월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이 참여한 이 행진은 곤봉과 최루탄, 기마경찰의 말발굽으로 무자비하게 진압됐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치부이자 민권운동의 한 획을 그었던 이 사건은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이라고 불린다. 그해 8월 린든 존슨 대통령은 결국 ‘밀려서’ 흑인 참정권을 인정하는 투표권법에 서명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가족도 참석한 이 행사에서 당시 민권운동의 아이콘처럼 돼 있던 저항곡 ‘We Shall Overcome’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우리 승리하리라’로 번역돼 1970년대 유신 때 시위 현장에서 불렸던 이 노래는 당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귀에 익을 것이다. 80년대 대학가 운동권 가요가 상대를 타도하려는 살벌한 가사의 ‘독전가’였다면, ‘우리 승리하리라’ ‘아침이슬’ ‘금관의 예수’ 같은 70년대의 저항곡은 감성적이고 얌전하다고나 할까.

‘We Shall Overcome’은 기타 하나 들고 인권운동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여가수 존 바에즈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지만 젊었을 적 존 바에즈의 청아한 소프라노는 듣는 이의 마음을 휘감는 맛이 있다. 1941년생으로 목소리는 조금 무디어졌지만 은발로 변한 요즘의 모습은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그의 활동에 더욱 무게감을 준다. 베트남 전쟁, 칠레, 폴란드 등 가슴 아픈 인권 현장에 기타를 들고 바람처럼 나타났던 그는 2015년 공연 스케줄도 이미 꽉 차 있다.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뒤 2010년 2월 인권 주간을 맞아 백악관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노래는 이념적이라기보다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면서 인간의 편협성을 꼬집는 것 같다. 맹목적 지역감정과 뒤틀린 이념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향한 질타인 것 같기도 하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