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사형 때 입었던 흰 옷 105년 만에 獨 라이프치히서 재현

입력 2015-03-11 02:42
1910년 3월 26일 중국 뤼순 감옥에서 사형당하기 직전의 안중근 의사(위)와 당시 안 의사가 입었던 옷을 재현한 구혜자 침선장의 작품.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제공

“부슬비가 내리는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안중근의 사형은 뤼순 감옥에서 행해졌다. 안(安)은 전날 밤 고향에서 보내온 옷을 입고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간수 네 명의 경호를 받으며 형장으로 불려나와 교수대 옆에 있는 대기실로 갔다. 당일 입은 옷은 상하의 모두 조선에서 만든 명주옷이었다.”

감옥에서 안 의사의 통역을 담당했던 일본인 소노키 스에키가 ‘만주일일신문’에 ‘안중근의 최후’란 제목으로 기고한 기사의 한 대목이다. 안 의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입었던 흰색 명주옷 상의가 105년 만에 재현된다.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는 안 의사의 마지막 옷을 다시 지어 12∼15일 독일에서 열리는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공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도서전의 한국관 전시 주제는 ‘한복’으로 안 의사 옷은 200여종의 한복 관계 문헌과 함께 전시된다.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사형을 앞둔 아들에게 흰옷을 지어 보냈다. 조마리아 여사는 아들의 사형 선고 소식을 듣고 옷과 함께 “중근은 큰일을 했다. 만인을 죽인 원수를 갚고 의를 세웠으니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 말인가. 큰일을 하였으니 목숨을 아끼지 마라. 일본 사람이 너를 살려줄 까닭이 없으니 비겁하게 항소 같은 것은 하지 말라. 깨끗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 이 어미의 희망이다”라는 말을 안 의사에게 전했다.

105년 만에 재현되는 ‘안중근의 흰옷’은 중요무형문화재 구혜자 침선장이 현재 남아 전하는 한 장의 흑백사진을 근거로 지었다. 이기웅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은 “안 의사가 입었던 어머니의 흰옷에는 안 의사의 기개, 조선 어머니의 강인함, 백의민족의 자존, 나아가 동양평화의 정신까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