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곽효정] 위그든 할아버지의 사탕가게

입력 2015-03-11 02:10

어린 남매가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이 예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아이의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해 여자아이가 넘어졌다. 나는 한두 살 더 많아 보이는 남자아이가 잘 챙겨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당황한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듯했다. 그제야 나는 넘어진 아이에게 다가가 일으켜주었다. 무릎을 살펴보니 상처는 없었다. “괜찮아, 별 일 아니야.” 남자아이는 전화를 끊고 다시 동생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내게 몇 번이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나는 별로 큰일을 한 게 아닌데도 콧등이 시큰했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예민해서 작은 일에도 움츠러들고 겁을 내던 때, 어른이 다가와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라고 해주기를 바라던 때. 이젠 내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중학교과서에서 읽은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이 떠올랐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위그든 할아버지의 사탕가게에 꼬마 손님이 찾아왔다. 아이는 신중하게 사탕을 고르고 은박지로 곱게 싼 버찌씨 여섯 개를 내밀었다. 아이의 자그마한 손바닥을 바라보던 위그든 할아버지에게 아이는 “모자라나요?” 하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부드러운 한숨을 쉬고는 “아니다. 돈이 조금 남는구나. 거스름돈을 내주마” 하셨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된 꼬마는 열대어 가게를 열었다. 그곳을 찾은 꼬마 남매는 열대어를 사고는 움켜쥔 동전들을 내밀었다. 그 순간 그는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할 일을 정확히 알았다. 그는 아이들에게 거스름돈을 건넸다.

버찌씨로 사탕을 사러 간 아이에게 그것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을지, 그 시절의 순진무구함을 지켜주기 위해 위그든 할아버지처럼 하는 것이 좋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후자의 경우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위그든 할아버지와 비슷한 일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곽효정(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