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리스도의 추천서

입력 2015-03-11 02:54

초대교회에서는 예루살렘교회의 추천서를 받으면 권위를 인정해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런 추천서가 없었습니다. 이를 빌미로 바울의 적대자들은 바울을 ‘거짓 사도’ ‘사이비 전도자’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인간의 권위에 기댄 추천서보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추천서가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고린도교회 성도들이 곧 자신의 권위를 증명해주는 추천서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고후 3:1∼2).

사람들은 학벌, 재력, 사회적 신분 등을 내세워 권위를 보장받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고린도교회의 거짓 교사들이 바울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경멸하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소위 명문대 교수, 대기업 임원, 고위 공무원, 정치인들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바라보면서도 알 수 있듯 진정한 권위는 결코 그러한 인간적 조건으로 말미암는 것이 아닙니다. 바울은 거듭난 성도들을 통해 나타난 ‘성령의 추천서’를 진정한 권위의 근거로 봤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사명 선언(눅 4:19∼20)에 나타난 것처럼,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혀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편에 서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삶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그리스도의 추천서’임을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복음증거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을 받은 고린도 교인들을 가리켜 ‘우리의 편지’라고 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추천서요 편지입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의 명예는 그리스도인들의 어깨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대형교회 세습, 목회자의 비윤리적 일탈행위, 일부 그리스도인들의 몰상식한 신앙행태 등으로 사회적 권위를 계속 상실하더니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추천서’라는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예수님의 편지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망각하고 변화된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가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이름값’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 혹은 ‘그리스도의 편지’라는 이름값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름값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브랜드 가치는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와 명예와 권력을 수중에 넣었다고 해서 올라가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각인하고 겸손히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사랑과 정의를 실천할 때 이름값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추천서’로서, 또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는 돌아봐야 할 곳, 찾아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이 계셨던 그곳, 즉 가난하고 억눌리고 소외된 이들이 있는 그곳에 ‘그리스도의 추천서’인 우리들이 함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전병금 목사 강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