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시즌 중 “우리 팀 선수들은 B급이다. 하지만 정신력만큼은 A급”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실제로 전자랜드엔 뛰어난 선수가 없다. 그러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과 다른 팀 선수보다 한 걸음 더 내딛는 열정이 있다.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전자랜드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은 SK의 압승이 예상됐다. 실제 정규리그에서 SK는 3위에 오른 팀이고, 전자랜드는 6위로 플레이오프에 간신히 턱걸이했기 때문이었다. 선수 면에서도 SK는 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와 에이스 김선형, 3점 슈터 김민수, 백전노장 주희정 등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전자랜드는 리카르도 포웰을 제외하곤 경기 당 20분 이상 뛰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무명이 많다.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의 승자는 전자랜드였다. 전자랜드는 SK를 87대 72로 대파하고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금까지 36차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4강에 오른 경우는 무려 34차례(94.4%)나 된다.
경기가 시작되자 전자랜드 선수들은 악착같은 플레이로 SK 선수들을 압박했다. 압박수비에 크게 당황한 SK가 머뭇거리는 사이 전자랜드는 전매특허인 3점포를 가동하며 2쿼터 한때 16점 차까지 앞서며 일찌감치 이변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SK의 반격에 밀려 3쿼터 후반에는 2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 때 차바위와 정효근이라는 무명 선수가 나타났다. 두 선수는 3쿼터 막판 나란히 3점포를 터트리며 또다시 58-50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4쿼터에도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 SK 주희정에게 3점슛을 맞아 69-66까지 간격이 좁혀지며 접전 양상이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주장 포웰의 2득점과 이현호의 3점슛으로 종료 4분50초를 남기고 74-66으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전자랜드는 포웰(18점)과 차바위(13점), 정효근(12점) 등 무려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정도로 고른 활약을 펼치며 낙승을 거뒀다. 특히 전자랜드는 3점슛을 무려 14개를 꽂아 플레이오프 3점슛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
SK는 코트니 심스가 18점으로 분전했으나 헤인즈(13점)가 3쿼터 중반 무릎을 다쳐 벤치로 물러나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두 팀은 11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갖는다. 또 다른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인 창원 LG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는 10일 오후 7시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6위팀의 반란… 전자랜드 먼저 웃다
입력 2015-03-10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