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합장선거 해야 하나… 금권·흑색선전 극치

입력 2015-03-10 03:48

11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예상대로 금품·향응 제공과 흑색선전 등이 난무하면서 과열·혼탁 양상을 띠었다.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대상에 오른 후보자가 수두룩한 데다 선거 후에도 고발이 잇따를 전망이어서 무더기 재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상당수 지역에서 무자격 조합원이 선거인 명부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커 이를 둘러싸고 부정선거 논란도 우려된다.

◇금품·향응, 흑색선전 혼탁=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현재까지 전국조합장선거와 관련해 기부행위 등 위반행위 67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196건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했고, 479건에 대해서는 당사자에게 경고 조치 등을 내렸다. 유형별로는 기부행위 등 262건, 문자메시지 이용 109건, 인쇄물 관련 98건, 허위사실 공표 18건, 비방·흑색선전 7건 등이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돈 봉투를 주고받은 혐의로 부산지역 구의회 의장 A씨(여)와 관내 농협조합장 후보 B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이달 초 B씨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돈 봉투를 전달하는 장면 등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에는 충남 논산지역 조합장 출마 예정자가 마을주민 70여명에게 5000여 만원을 뿌렸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최근에는 경남 창원에서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들에게 현금을 돌린 혐의로 농협 조합장 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함안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조합원 2명에게 50만원씩 100만원을 제공하고 또 다른 조합원에게 30만원을 제공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무자격 조합원 여부도 후폭풍 우려=허술한 선거인 명부도 선거 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최근 경북 의성축협 조합장 선거인단에 무자격 조합원 수백명이 포함돼 해당 조합이 이들의 선거권을 모두 박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축협은 전체 유권자 1926명 중 실제로 축산을 하지 않는 무자격자가 772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사망한 사람도 유권자에 포함돼 있었다.

경기도 여주축협도 지난 5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무자격 조합원 117명을 모두 탈퇴처리하기로 의결했다. 9일 오후에도 이사회를 소집해 무자격 조합원 440여명에 대한 탈퇴안건을 논의했다. 이들 440여명에 대한 탈퇴가 확정되면 지난 1일 현재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여주축협 조합원 1710명 중 약 30%가 선거권을 잃게 되는 셈이다. 불과 선거를 이틀 앞두고 무자격 조합원이 무더기로 드러남에 따라 선거 당일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의성과 여주축협에서 문제가 불거진 만큼 다른 지역에서도 무자격 조합원이 다수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커 선거의 공정성 논란 및 재선거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농협바로세우기 연대회의는 8일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의성축협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농·축협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장이 뭐 길래=임기 4년의 조합장의 연봉은 많게는 1억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대다수 조합장은 각종 경조사비 지출이나 업무추진비도 재량껏 사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선거를 둘러싸고 수만∼수백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살포하는 등 형사처벌의 위험도 불사하며 당선에 혈안이 돼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불법행위에 대한 고소·고발 등에 따른 조합원 분열 등 선거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