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테러를 가한 김기종(55)씨가 20년 전부터 반미·친북 성향을 드러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1996년 숭실대 통일정책대학원에 ‘남한사회 통일문화운동의 과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민일보가 9일 이 논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씨는 북한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의 논리를 차용하는 한편, 반미·반일 등 ‘외세 배척’ 필요성도 적극 강조했다.
논문은 향후 통일에 대비해 남북 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민족적 움직임을 다뤘다. 민족 개념을 규정하면서 김씨는 “사회적 관계로서 민족과 체제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족은 “주의나 주장, 사상과 체계를 뛰어넘는 운명공동체임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민족을 ‘운명공동체’로 규정한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담화에서도 나타난다. 김 위원장은 93년 “국가와 민족은 사회적·역사적으로 형성된 사람들의 운명공동체”라고 했다. ‘민족’을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주체’로 정의한 점은 주체사상의 원리와도 맥이 닿는다. 김 위원장이 82년 발표한 ‘주체사상에 대하여’란 논문은 “주체사상은 인간의 본질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밝혔다”며 “사람은 세계와 자기 운명의 주인이며 개척자”라고 했다.
이런 논리를 토대로 김씨는 우리 민족이 외세 문화에 오염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왜곡에 이어 미국·소련이 불순한 의도로 외래문화를 도입했다”며 “문화를 통한 작업은 외세를 척결하고 서로에게 남은 앙금을 씻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 사람들은 미국을 적대시하는 반면, 남한 사람들은 도리어 북한을 적대시한다”고 반미의식을 부추기는 듯한 주장도 내놨다.
김씨는 90년대 당시 유행하던 서구적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격렬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해방 이후 서구의 문화예술이 들어오면서 파행적인 문화변동이 예견됐다”며 “서구의 미의식이 자리 잡으면서 우리 민족의 감수성을 무국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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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