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6시, 그가 지켜온 1만8000시간… 방송 25주년 맞는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입력 2015-03-11 02:33
MBC 홈페이지 캡처
오는 24일 발매 예정인 ‘배철수의 음악캠프’ 25주년 기념 음반의 재킷 사진(왼쪽 사진). 5년 전 20주년 기념으로 프로그램에서 기획한 100대 팝 명반들. 소니뮤직·MBC 제공
매일 오후 6∼8시, 하루 두 시간씩 청취자와 함께 한 지 꼬박 25년, 1만8000시간이다. 1990년 3월 19일 시작한 MBC FM4U(91.9㎒)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오는 19일 25주년을 맞는다. 함께한 시간도 놀랍지만 한 명의 디스크자키(DJ)가 이토록 오래 자리를 지킨 것만으로도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스스로 그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시그널 송인 비엔나 심포닉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의 ‘새티스팩션(Satisfaction)’이 흐를 땐 이 멘트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출발합니다.”

25년간 지켜온 팝 음악의 전초기지

지상파 라디오 채널에서 팝 음악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사실상 유일하다.

사연과 연예인의 신변잡기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라디오 프로 사이에서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살린 프로그램이란 평가다. 그 중심엔 가수 배철수(61)가 있다. 1978년 TBC 제1회 해변가요제에서 수상하며 가수로 데뷔한 그는 그룹 송골매를 결성해 1990년까지 총 9집 앨범을 낸 이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며 DJ로서 맹활약하고 있다.

리듬감 넘치는 두터운 목소리에 재치 있는 진행 실력은 배철수의 전매특허. 한 곡 한 곡에 숨겨진 뒷얘기를 꺼내며 과거와 현재 팝시장을 소개한다. 최근엔 손 글씨로 빼곡히 쓰인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그의 모습이 소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철수는 일주일에 4일 이상은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청취자들과 호흡하는데 삼촌, 아저씨, 형·오빠 등 그를 부르는 호칭도 각양각색이다.

내로라하는 해외 스타들도 출연해 방송을 빛냈다. 1990년대엔 록 그룹 메탈리카부터 전설의 팝스타 마이클 볼튼, 2000년대 들어선 린킨파크, 케니 지, 레이디 가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여럿 스튜디오를 찾았다. 2009년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난해 8월에는 프랑스의 거장 뤽 베송 감독 등 다양한 장르의 유명인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25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로 ‘배철수의 음악캠프’ 제작진은 13일부터 사흘간 특별 생방송 ‘라이브 이즈 라이프(Live is Life)’를 꾸민다. 서울 마포구 상암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이승환 밴드, 부활, 넥스트, 시나위, 장기하와 얼굴들 등 대한민국 밴드 역사의 신구 주역들이 고루 얼굴을 내민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팝 시장의 출구이자 동반자”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국내 대중음악계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전문가들은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프로”라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10일 “배철수뿐만 아니라 작가 배순탁 등 제작진 모두에게 전문성이 있다”며 “대중성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팝 음악세계를 소개하며 동시대와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어른 세대나 젊은 세대가 모두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다”며 “앞으로 50년, 100년 계속되기 위해서 더 대중적인 내용들로 음악을 넓고 깊게 들려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소니뮤직과 워너뮤직, 유니버셜뮤직코리아 등 글로벌 음반 유통 3사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25주년을 맞아 6장의 CD로 구성된 편집음반을 발매한다. 3사가 같이 작업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100곡 가량 포함된 이번 앨범에는 아바의 ‘맘마미아(mamma mia)’부터 라디오 헤드의 ‘크립(creep)’,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까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들이 포함됐다. 배철수와 제작진이 직접 선곡에 참여했다.

소니뮤직의 이세환 차장은 “25년 전 대세였던 팝 장르가 최근 설 곳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올드팝과 최신팝을 아울러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며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팝을 소개해주는 마지막 출구이자 팝 시장의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