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린이집 CCTV 법안 ‘네트워크 카메라’ 논란

입력 2015-03-10 02:45 수정 2015-03-10 19:23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스마트폰으로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수시로 살핀다. 아이가 다니는 정부세종청사 어린이집에 내부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CCTV가 설치된 덕분이다. A씨는 최근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 교사에게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최대 장애물이 있다.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것과 같은 ‘네트워크 카메라’다.

◇법사위 “과도한 인권침해 우려”=네트워크 카메라는 일반 CCTV와 달리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촬영한 영상이 부모에게 실시간 전송된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거나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접속해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는 어린이집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정부세종청사는 어린이집 9곳 중 4곳에 네트워크 카메라가 있다. 지난해 12월과 최근 문을 연 4곳은 부모 동의를 얻고 있는 중이다. 나머지 1곳은 일부 부모가 반대해 일반 CCTV만 설치했다.

반면 전국 대부분 어린이집에는 실시간 중계를 하지 않는 일반 CCTV가 설치돼 있다. 9일 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CCTV 가운데 네트워크 카메라는 6.1%(3108대)뿐이며, 93.9%(4만8236대)가 일반 CCTV다.

네트워크 카메라는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간 ‘월권 논쟁’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복지위는 일반 CCTV와 함께 네트워크 카메라를 허용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단 부모와 보육교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뒀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법사위가 제동을 걸었다. 영상정보의 무단 복사와 유출 위험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또 보육교사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에 관한 내용이 빠진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갔으나 부결됐다.

◇4월 국회에선 어떻게…=문제는 국회가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을 4월에 재상정할 때 네트워크 카메라를 포함시킬지 여부다. 포함시키면 법안 통과를 확신할 수 없고 빼자니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정부와 여·야 모두 벌써부터 고심하고 있다.

법안에 네트워크 카메라가 포함되면 2월 임시국회 때처럼 법사위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사위를 통과한다 해도 본회의 처리가 불투명하다. 국민일보가 2월 국회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분석한 결과 반대·기권 87표 가운데 지역구 의원이 아닌 비례대표 의원의 표가 4분의 1이 넘는 22표나 됐다. 지역 어린이집의 로비로 법안이 부결됐다는 지적과 달리 인권침해를 걱정하는 표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네트워크 카메라를 법에 넣지 않으면 앞으로 이를 설치하는 어린이집은 정부 예산 지원을 못 받게 된다. 정부세종청사 어린이집뿐 아니라 국회어린이집 등에도 네트워크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공무원 자식만 특혜를 주느냐”는 여론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 복지위 간사인 김현숙 의원은 최근 “충분한 안전장치를 만든 사안이며 4월 임시국회에서 원안대로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