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권도 성지를 표방하며 2475억원을 들여 지은 태권도원(사진)이 방문객수 저조와 민자 유치 불발 등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9일 전북도와 태권도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문을 연 태권도원을 찾은 방문객 수는 11개월간 18만8800명에 불과했다.
이는 한달 평균 1만7100여명으로 당초 예상했던 방문 인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해 말까지 16만5400여명에 이어 방학기간인 올해 1∼2월에도 2만3000여명에 그쳤다.
개원 전 한국개발연구원은 태권도원의 연간 방문객이 2016년부터 195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은 민자지구 개발과 대외적 홍보 등의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태권도원과 주변 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방문객 195만명 유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태권도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부지(231만㎡)에 국비 2153억원, 지방비 148억원 등을 들여 국책사업으로 지어졌다.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개원식이 같은 해 9월에 이뤄졌지만 방문객들에게 본격 개방된 것은 지난해 4월 1일부터다. 개원 첫 해였고, 세월호 사고 여파를 감안한다고 해도 하루 600명도 안되는 방문객 유치 실적은 낙제점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민자 유치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1066억원 규모의 민자사업을 유치할 계획이지만 나서는 기업이 없다. 또 태권도원의 상징물인 태권전과 명인전 건립 역시 기부금 모금이 늦어져 언제 착공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76억원에 이르는 이 사업비는 모두 국민모금을 통해 마련키로 했지만, 기업들의 외면으로 그동안 모금액은 24억9000만원에 그쳤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국가사업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다.
특히 태권도 관련 단체 역시 한 곳도 이전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인 태권도진흥재단만 나홀로 입주해 있다.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등은 무주 이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국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높여줄 산실로 기대를 받은 태권도원이 반쪽 개원에 이어 당분간 ‘반쪽 운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 여파 등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못했다”며 “오는 7월 100여 개국 1500여명이 참가하는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등을 계기로 국내외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민자 유치 등 나머지 숙제들도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태권도원, 방문객 없고 민자유치 불발 애물 위기
입력 2015-03-10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