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자하문 터널에서 상명대로 올라가는 홍지 1길. 언덕 진 주택가에 은회색 산뜻한 3층 건물이 눈에 띈다. ‘ㄱㄷㅈㅂ’. 이니셜을 딴 간판이 세련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우여곡절 끝에 홍지동 시대를 열며 12일부터 ‘아카이브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재개관전을 갖는다. 9일 미리 찾은 전시장에는 근대미술의 발전사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소장품 250여점이 진열 준비 중이었다.
일제 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의 도록, 한국 최초 미술가단체인 서화협회가 1921년 발간한 서화협회보 창간호, 해방 이후 전위적 미술가단체 ‘앙가쥬망’ 회원으로부터 기증받은 활동일지 등 희귀 자료들이다. 이 자료박물관의 재개관은 한 개인의 평생에 걸친 수집 열정과 이에 감동한 보통 사람들의 후원, 건축가의 재능기부 등 삼박자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김달진(60) 관장은 고교 3년 때부터 근대미술 자료를 수집해 왔다. 여성잡지에 있던 고흐 등 서양화가의 명화를 모아오던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한국현대미술 60년전’ 관람을 계기로 우리 근대미술의 아름다움에 눈떴다. 주말이면 서울 인사동을 돌며 도록과 팸플릿을 수집했다. 여러 분야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우리 근대미술에만 집중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가나아트에서 근무했던 그는 2001년 김달진미술연구소를 내면서 평생 모은 자료를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자료는 아카이브의 가치를 인정받아 정부의 ‘예술공간임차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그는 2010년부터 홍익대 인근 건물에서 연구소와 함께 박물관을 운영했다. 하지만 2014년 지원기간이 만료됐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를 안타깝게 여긴 미술계 인사 및 일반인들이 십시일반 후원해 현재 건물을 사게 됐다. 건축가 김원씨는 낡은 건물을 멋진 외관으로 리모델링했다. 김 관장은 “아카이브 자료는 복사본이 아닌 원본이기 때문에 미술사 자료로서 더욱 가치가 크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새로 둥지를 마련하게 돼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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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다시 문 열다… ‘수집가 열정·일반인 후원·재능기부’ 3박자
입력 2015-03-10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