넴초프 살해 배후는 CIA?… 러 반미음모론 확산

입력 2015-03-10 02:57
요즘 러시아에서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살해 사건의 배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있다는 설이 힘을 얻을 정도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인들의 반미 감정은 심지어 독재자 스탈린이 통치하던 옛 소련 시절보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넴초프 살해 이후 갖가지 음모론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CIA 배후설’이 나돌면서 미국 등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민간 싱크탱크 레바다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 80% 이상의 러시아인이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이며, 레바다센터가 조사를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WP는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화난 민심은 서방의 의류 브랜드 대신 국산 브랜드의 옷을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던 사람들이 국산 음료를 찾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 탓에 ‘미국을 대표하는 황금빛 아치형 로고’로 러시아에서도 사랑받아온 맥도날드가 지난주부터 ‘러시아인을 위해 러시아에서 만들었다’는 홍보문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여론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정부 산하 정치연구센터의 세르게이 미키프는 “미국은 사람들을 이용해 지정학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미국)은 모든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넴초프 살해 용의자 5명을 이날 구속하고 그중 자우르 다다예프와 안조르 쿠바셰프 등 2명을 살인죄로 기소했다. 경찰은 체첸 자치주의 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에서 여섯 번째 용의자를 체포하려 했으나 용의자가 대치 과정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정부 수장은 이날 “다다예프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풍자만화에 충격을 받은 독실한 무슬림”이라고 밝혀 이 문제가 범행 동기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