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성·LG, 구글서 독립운동 잰걸음… 스마트워치에 자체 OS·결제시스템

입력 2015-03-10 02:13
삼성전자가 지난 1일(현지시간) 언팩 행사에서 삼성페이를 소개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는 갤럭시S6에 탑재된다.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이후 새롭게 만들어질 생태계에서 제조업체들이 구글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분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워치와 모바일 결제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스마트워치 ‘어베인 LTE’에 자체 스마트워치용 운영체제(OS)인 ‘LG 네이티브 플랫폼’을 탑재했다. LG전자는 그동안 구글의 웨어러블 기기용 OS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만 내놨다. 다른 OS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가 자체 OS를 사용한 건 기능을 자유롭게 구현하기 위해서다. 특히 어베인 LTE는 캐시비와 제휴를 맺고 모바일 결제 기능을 갖췄다. 전국 교통카드 기능을 포함해 캐시비 제휴처에서 어베인 LTE로 결제가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아직 스마트워치에서 결제 기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스마트워치를 사용한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G전자가 자체 OS를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LG전자는 다른 스마트워치에 자체 OS를 탑재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이라 구글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안드로이드 웨어를 주축으로 하면서 필요한 경우 자체 OS를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기어S 등 스마트워치에 자체 OS인 타이젠을 탑재했다. 기어 라이브 한 제품만 제외하면 모두 타이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스마트워치에서 제조사들이 임의로 기능을 추가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다”면서 “제조사로선 안드로이드 웨어에만 머물면 특화된 기능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결제에선 구글과 제조사의 주도권 경쟁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나란히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 ‘삼성페이’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은 안드로이드페이를 공식 발표했다.

삼성페이는 루프페이의 MST 방식을 사용해 기존 신용카드 리더기에서 사용 가능하고, 안드로이드페이는 애플페이처럼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는 기술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라는 큰 틀에서는 두 서비스가 충돌하는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갤럭시S6에 삼성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를 탑재한 ‘구글 월렛’이 동시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만들지만 OS는 구글이 통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결국 어떤 서비스가 더 뛰어난지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될 전망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페이를 잘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